김진숙 위원이 309일만에 땅 밟은 순간 한말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10일 18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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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농성에도 밝고 건강한 모습.."매운탕 먹고 싶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지난 1월6일 사측의 정리해고에 반대해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에서 농성을 벌인 지 309일만인 10일 땅을 밟았다. 그리고 그는 "지금 현재 가장 생각나는 것은 매운탕"이라고 말했다.

한진중공업 노조 조합원들은 이날 오후 2시30분께 총회를 열어 만장일치로 노사의 잠정합의안을 통과시키고 김 지도위원이 농성 중인 85호 크레인으로 모여들었다.

크레인 위에서 300일 넘게 생활한 김 지도위원은 먼저 그동안 사용하던 물품과 책, 옷 등을 정리해 넣은 비닐봉지를 35m 크레인 아래로 내려보냈다. 한진중공업 노조 조합원과 금속노조 관계자가 크레인에 올라 김 지도위원의 농성해제를 도왔다.

오후 3시14분께 검은 뿔테 안경에 흰 모자를 뒤로 돌려쓴 김 지도위원은 15m 높이의 크레인 중간층에 모습을 드러냈다.

장기간의 농성으로 건강이 염려됐으나 김 지도위원은 비교적 건강한 모습이었다. 한진중공업을 상징하는 푸른색 작업복에 운동화를 신은 그는 밝게 웃으며 크레인 밑에 있던 조합원들에게 두손을 흔들었다.

김 지도위원은 한진중공업 노조 깃발을 든 박영제 해고노동자를 먼저 내려보낸 뒤 함께 농성했던 박성호 조합원과 정홍형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조직부장과 함께 15m에 이르는 크레인 사다리를 한걸음씩 내려왔다. 김 지도위원은 기자들과 노조원들이 계단 밑으로 몰려들자 "사람을 이렇게 많이 본 게 너무 오랜만이다"며 웃었다.

김 지도위원은 계단을 하나 남겨뒀을 때 노조 관계자로부터 고소, 고발 취하서를 받아들어 확인한 뒤 땅바닥으로 훌쩍 뛰어내렸다. 김 지도위원이 농성을 벌인 지 309일만이었다.

한진중공업 본사 현관으로 자리를 옮겨 열린 환영식에서 김 지도위원은 마중나온 조합원 가족들과 지지자들에게 "여러분들에 대한 믿음을, 조합원들에 대한 믿음을 한시도 버린 적이 없었다"며 "여러분들이 저희를 살려주셨다"고 말했다.

이 자리엔 그동안 김 지도위원과 트위터로 소통해온 배우 김여진씨와 크레인 농성 기간 기본적인 생활물품을 책임진 황이라 민주노총 부산지부 선전부장도 나와 김지도위원과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희망버스 행사 등으로 수시로 부산을 찾은 정동영 민주당 의원과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등도 환영식에 참석해 한진중공업 노사합의와 김 지도위원의 농성해제를 축하했다.

환영식을 마치고 조합원들과 경찰에 둘러싸인 채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앰뷸런스에 오르던 김 지도위원은 "지금 가장 생각나는 것이 뭐냐"는 기자의 질문에 "매운탕"이라고 말했다.

김 지도위원은 동아대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뒤 건조물 침입과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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