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대신 복지” 서울시 예산안, 오세훈 지우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3일 0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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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 시장의 전시행정을 지적하며 차별화를 선언해 온 `박원순 호'가 오는 10일 예산안 제출을 앞두고 '오세훈 지우기'를 본격화하고 있다.

3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2일 오후 2시부터 10시까지 8시간에 걸쳐 비공개로 열린 `예산편성 자문회의'에서 박 시장의 선거캠프 자문위원 출신 18명으로 구성된 자문단은 시 간부들에게 사업 우선순위 조정을 요구했다.

오세훈 전 시장이 역점을 뒀던 한강르네상스 사업, 공원화 사업, 문화관광디자인 사업 예산을 대폭 축소하고 `복지시장'을 주창한 박 시장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임대주택과 무상급식, 공공보육시설 확대 등에 필요한 비용을 크게 확충하자는 것이다.

계속사업비와 고정비 등을 제외하면 박 시장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예산은 최대 5천억 가량인 것으로 추산돼 기존 예산안의 손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정책특보 내정자인 서왕진 박사가 회의를 총괄한 가운데 18명의 자문위원들은 미리 받은 다음해 예산안을 검토하며 공무원들에게 주요 사업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자문위원들은 몇몇 신규사업에 대해 철저한 사전조사와 시범사업을 통해 타당성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해당 부서의 일부 공무원들은 예산 삭감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자문위원들은 또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의 운영 자립도를 높이는 문제, 서울 교통방송 사옥 이전 문제, 하이서울페스티벌 예산 절감 문제 등에 대해 논의했다.

예산안 제출 기한이 임박한 시점에 민감한 현안을 다루는 회의인 탓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자 회의 참석자들은 문서에 번호를 매겨 현장에서 파기하고 공무원이 수시로 복도에 나와 출입을 통제하는 등 보안 유지에 크게 신경쓰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는 자문회의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에 대해 다소 불편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 고위관계자는 "별 권한도 없는 자문단 회의에 너무 비중을 둬선 안 된다"며 "어제 회의는 한 번도 교감이 없었던 캠프 측 사람들과 시 공무원들이 만나 예산 편성 방향이 박 시장의 시정 철학과 맞는지를 조율하는 자리였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자문단이 일방적으로 지시하거나 요구하는 자리가 아니었고 일부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구체적인 수치가 나온 사실도 전혀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각 부서들은 자문단의 의견과 내부 실무자들의 입장을 참고해 예산안 보완ㆍ수정에 들어간 상태이며 이날 중 수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날 "시간이 촉박한 만큼 대부분의 부서들이 오늘 중으로 수정안을 제출해야 한다"며 "늦어도 이번 주말까지는 모든 안을 접수해 시장의 결재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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