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아시아나항공 화물기 잔해 중 조종석 부분과 시신이 제주 해상에서 인양됐다. 국토해양부는 “조종석 부분이 처참하게 찌그러져 사진은 공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사진은 10월 중순 화물기 후방 동체를 인양할 당시 모습. 국토해양부 제공
7월 28일 제주도 인근 해상에서 추락한 아시아나항공 화물기의 조종사 시신이 3개월 만에, 수색 중단 예정일을 이틀 남기고 극적으로 해저에서 발견됐다. 국토해양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29일 오전 11시 제주 차귀도 서쪽 약 104km 해상의 수심 약 85m 해저에서 사고기 동체의 조종석 부분과 당시 화물기를 몰던 최상기 기장(52)과 이정웅 부기장(43)의 시신을 인양했다”고 30일 밝혔다. ○ 시신은 형체 알아볼 수 없어
조사위와 제주해경에 따르면 조종석 잔해는 화물기 추락 예상 해역인 제주시 서쪽 약 107km 지점(폭 1.5km, 길이 3.3km) 안에서 발견됐다. 인양된 화물기 조종석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찌그러져 있었다. 추락 당시 바다와 충돌해 계기반 등이 있는 전면부가 종잇조각처럼 구겨진 것. 해경은 30일 오전 11시 30분 제주항에서 크레인을 이용해 조종석을 폈다.
인양한 화물기 동체에서 뒤늦게 발견된 두 조종사의 시신은 가로 7m, 세로 5m 규모의 조종석 주위 기계장치에 끼여 있었다. 유니폼은 그대로였고 안전벨트도 채워진 상태였다. 하지만 3개월간 바닷속에 있다보니 시신이 상당 부분 부풀어 올라 진흙처럼 뭉개질 정도였다. 유니폼에 붙어 있던 명찰로 신원이 확인됐다. 이들이 타고 있던 아시아나항공 화물기는 7월 28일 오전 4시 28분 “화물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조종사 교신을 마지막으로 제주도 해상에 추락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시신이 시간당 2, 3노트(1노트는 시간당 1852m를 갈 수 있는 속도)에 이를 만큼 빠른 조류에 계속 휩쓸려 훼손됐을 것”이라며 “사라진 신체 부분은 찾기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시신은 이날 제주대병원에 안치됐다. 제주해경 고민관 형사계장은 “정확한 신원확인을 위해 DNA 감식을 의뢰했다”며 “검사결과가 나온 후 시신을 유족에게 인계하겠다”고 말했다. ○ ‘저인망 어선’이 시신 찾아내
정부는 아시아나항공 화물기 추락 직후부터 현재까지 시신과 블랙박스를 찾는 작업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사고 초기 선박 8척, 항공기 4대를 동원해 일부 잔해가 발견된 제주 차귀도 서쪽 약 100km 내외를 탐사했다. 또 국내 전문가뿐 아니라 미국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 직원 2명,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 관계자 2명, 미국연방항공청(FAA) 직원 1명도 동원됐다.
성과가 없자 8월 중순부터는 소형 잠수정(길이 3m, 높이 1m)에 해저 바닥을 뒤지고 수색을 할 수 있는 로봇 팔을 단 ‘무인탐사로봇’과 해군 청해진함 소속 잠수요원 20∼30명까지 현장에 투입했다. 하지만 비행기 파편이 퍼진 것으로 예상되는 범위는 952km²로 서울시 면적(605.25km²)의 1.5배를 넘는 데다 해저 개펄로 인해 수질이 탁하고 파도가 거세 시신을 찾지 못했다.
9월부터는 민간 인양업체까지 투입됐다. 이날 시신을 찾은 것은 KT서브마린의 80t급 ‘저인망 어선’이었다. KT서브마린은 인양전문업체로 침몰 어선을 주로 인양해왔다. 배 후미에 80m짜리 그물을 단 저인망 어선은 9월 29일부터 사고 일대를 훑은 뒤 비행기 파편들을 걷어 올렸다. 배에는 30명의 조사원이 타고 있어 주야간 교대로 24시간 수색이 가능했다. 국토부 측은 “바다 바닥이 고르지 않아 특수 제작된 그물도 찢어지기 일쑤였고 파도가 높아질 때는 항구로 피하기도 했다”며 “현재까지 동체의 20% 정도를 찾아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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