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에 근무하는 간부 A 씨는 요즘 ‘좌불안석’이다. 2007년 대구시에서 파견 나온 그는 다음 달 인사 때 돌아갈 부서 발령을 받아야 하지만 자리가 마땅치 않다. 원래 자리에 다른 사람이 있는 데다 대구시가 인사를 앞두고 3지망까지 받는 희망부서 조사도 무의미해 보여 조급하다. 그는 “1년 넘게 밤잠을 설치며 대회를 준비하고 치러냈는데 남은 것은 매달 받은 수당 수십만 원뿐”이라며 “특별승진은 바라지 않지만 노력에 대한 보상은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심정을 드러냈다.
대구시가 다음 달 정기인사를 앞두고 깊은 고민에 빠져있다. 세계 3대 스포츠행사인 육상대회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돼 조직위 직원들을 배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대구시 내부 사정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시에 따르면 대회 조직위에 파견된 직원은 500여 명에 이른다. 이 중 3개월 이내 단기 파견자 270여 명은 원래 자리로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일부는 대회가 끝나자마자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이에 비해 장기 파견자는 자리가 이미 찬 상태여서 적절한 ‘틈’을 찾기 어렵다. 시로 돌아가야 할 인원은 구군 직원을 제외한 120여 명. 이 중 연말까지 대회 마무리와 정산 작업을 하는 40∼50여 명을 제외한 70∼80명은 새 자리를 찾아야 할 형편이다. 대회 지원단 21명과 7월 정기인사 때 미뤘던 5급 이하 인사까지 합쳐지면서 자리 쟁탈전은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기관(4급) 이상 간부 인사가 쉽지 않다. 3급 2명, 4급 6명이 시로 복귀해야 하지만 3급은 빈자리가 없다. 4급은 행정안전부로 파견되는 예산담당관 자리뿐이다.
대구시는 대회 조직위가 정산 작업 인원 규모를 결정하는 대로 이번 주까지 인사 계획을 매듭지어야 하지만 조직위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일부 직원들은 ‘희생’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조직위 직원 사이에는 “실컷 고생만 하고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 확산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이래저래 묘안을 짜보지만 조직위 직원들을 배려할 수 있는 인사는 현실적으로 무리”라고 말했다.
대구시 내부에서는 조직위를 겨냥해 “당연히 해야 할 업무를 수행한 것인 만큼 특혜로 비치는 인사는 부적절하다”는 목소리도 적잖이 나온다. 김선대 대구시 자치행정국장은 “조직위 직원들이 고생했지만 그렇다고 인사 혜택까지 기대하는 것은 공직자로서 도리가 아니다”며 “아주 특출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본인의 능력과 경력을 감안해 공정한 인사를 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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