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음미하며 대구의 숨은 매력 느끼세요”

  • 동아일보

건들바위-침산공원 등 10곳
대구시, 한시 넣은 지도 제작

‘안개 비 자욱한 가을날 연못에서 낚시 드리우고 홀로 앉아 생각이 하염없네.’ 조선시대 학자 서거정(1420∼1488)이 현재 대구 중구 대봉동 건들바위 일대에 머물며 지은 한시 ‘입암조어(笠巖釣魚)’의 한 구절이다. ‘삿갓바위에서 고기 낚시’라는 내용을 노래한 이 한시는 당시 모습을 절로 상상하게 한다. 지금 이곳은 물이 흐르는 실개천이 만들어졌다. 인공폭포도 있다. 분수대와 야간조명이 설치되면서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중구 관계자는 “예전 건들바위에 물이 흘렀다는 역사 기록을 근거로 주변을 재정비했다”며 “역사와 현대를 아우르는 공간으로 재탄생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대구시가 한시를 음미하며 대구여행을 할 수 있는 안내지도를 제작했다. ‘서거정의 대구 십영(十詠)’이라는 주제로 만든 이 지도는 역사 속에 묻혀 그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던 대구의 아름다운 10곳을 설명하고 있다. 특히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찾아갈 수 있도록 사진과 그림을 곁들였다. 대구십영은 중종 25년(1530년)에 증보한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실린 한시다.

지도에는 △복현나루터 △건들바위 △제일중 교정 △달성관 △영선시장 △도동 측백나무 숲 △동화사 △팔달교 △팔공산 △침산공원 등 10곳을 노래한 한시의 뜻과 풀이를 넣었다. 과거 모습을 설명하는 한편 현재 변화된 주변 경관을 간략하게 설명한다. 여행자는 지도를 들고 현장을 찾는 재미는 물론이고 대구에서 가장 경치가 빼어난 곳에서 한시도 음미해 볼 수 있다. 시는 올해 말까지 현재 아름다운 도심 경관 10곳을 ‘신(新)대구십경’으로 선정해 역사와 미래가 공존하는 도시 위상을 높일 계획이다. 대구시 도시디자인총괄본부 관계자는 “대구십영을 역사·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안내지도를 제작했다”며 “많은 사람이 대구의 숨겨진 매력을 느껴보기 바란다”고 설명했다.

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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