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미국에서 시험 설치될 때부터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을 불렀던 알몸투시 X선 검색기(일명 백스캐터) 촬영 사진(왼쪽).
영국 런던 히스로 공항은 이달 초 무선전파를 이용해 사생활 침해를 줄일 수 있는 새로운 전신스캐너를 도입했다(오른쪽).
동아일보DB·가디언
김포공항과 제주공항에서 전신검색기의 검색을 받은 승객 가운데 여성의 비율이 남성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정 신체 부위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전신검색기의 특성 때문에 인권 침해 논란이 예상된다.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소속 조원진 한나라당 의원이 국토해양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 7월까지 김포공항에서 남성 205명, 여성 1963명이 전신검색기 검색을 받아 여성이 무려 10배가량 많았다. 제주공항도 남성 573명, 여성 952명으로 여성이 남성의 1.7배에 이르렀다. 반면 인천공항과 김해공항은 각각 남성이 여성보다 2.3배, 26배 많은 검색을 받았다.
검색요원들은 전신검색기를 통해 가슴과 성기 등 신체의 주요 부분을 살펴볼 수 있는 만큼 보안을 빙자한 전신검색의 악용 또는 남용 가능성이 우려된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지난해엔 성범죄자 3명이 김해공항에서 검색요원으로 일하다 관계당국에 적발된 사실도 있다.
전신검색기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둔 지난해 10월 테러 방지를 위해 인천공항에 3대, 김포·김해·제주공항에 1대씩 도입했다. 대상은 △항공기 안전운항과 승객의 안전을 해할 우려가 있는 자 △국내외 국가 및 보안기관으로부터 사전통보를 받은 자 △1차 검색 결과 정밀검색의 필요성이 있는 자 등 요주의 승객으로 한정돼 있다.
전신검색을 받은 승객 가운데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은 이유에 대해 김포공항과 제주공항을 관리하는 한국공항공사 측은 일본 여성 관광객이 증가한 점을 꼽았다. ▼ “테러방지 목적인데… 왜 여성신체 많이 보나” ▼
한국공항공사 소금철 보안계획팀장은 “많은 일본 중년 여성 승객이 배와 가슴을 압박하는 속옷을 입거나 신체 특정 부위(배꼽 가슴)에 피어싱을 하기 때문에 정밀검색 대상자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인권 침해 논란에 대해서는 “특정 부위는 뿌옇게 처리하고 동성이 검색하는 등 조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 의원은 “전신검색기는 테러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했는데 여성이 많이 검색을 받는다는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인권 침해 소지가 있을 수 있으므로 대상자 선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신검색에 따른 인권 침해 논란을 줄이기 위해 영국 최대 공항인 런던 히스로 공항은 이달 초 사생활 보호에 친화적인 전신스캐너를 도입했다. 가디언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시범 도입된 이 스캐너는 승객의 옷 속 윤곽을 그대로 드러내는 X선 대신 무선전파를 이용해 만화 속 인물 같은 이미지만을 보여준다. 밀리미터웨이브를 승객의 몸에 쏘아 반사시키는데 만약 승객이 의심되는 물건을 지니고 있으면 그 부분에 노란 박스가 표시된다. 영국공항공단(BAA) 보안담당 국장인 이언 허치슨 씨는 “(새로운 스캐너를 이용해) 승객들의 사생활 침해 소지를 최소화하면서 효과적인 검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스캐너 도입을 유보한 맨체스터 공항 대변인은 “밀리미터웨이브는 젖은 옷은 뚫지 못하는 등 보안검색의 주종으로 사용할 만큼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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