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률 前 국세청장 ‘그림로비’ 1심 무죄

  • 동아일보

법원 “검찰 증거 불충분”
퇴임후 거액 자문료도 무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원범)는 16일 전군표 전 국세청장에게 인사청탁 명목으로 그림 ‘학동마을’을 건넨 혐의(뇌물공여) 등으로 기소된 한상률 전 국세청장(사진)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피고인 진술에 일부 모순점이 있지만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혐의가 입증되지 않는다”며 공소사실 전부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한 전 청장이 국세청 차장이던 2007년 5월경 차기 국세청장 후보 경쟁자를 배제해 달라는 청탁 등과 함께 그림을 전 청장에게 건넸다는 공소사실에 대해 “당시 이뤄진 경쟁 후보들의 사직은 한 전 청장을 청장으로 취임시키기 위한 목적이라기보다 국세청 고위직의 인사적체 해소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특히 “뇌물을 건넨 시점으로 특정된 2007년 5월은 차기 승진 선두그룹을 형성한 행정고시 동기 등이 사직해 가장 유력한 차기 국세청장 후보로서 입지가 공고해진 시점이므로 신중하게 처신해 불의의 사태를 방지하려 했을 것으로 봄이 자연스럽다”고 밝혔다.

한 전 청장이 국세청장 퇴직 후 미국에 머물던 2009, 2010년 진로발효 등 주정업체 3곳에서 자문료 명목으로 6900만 원을 뇌물로 받았다는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에 대해서도 “관련자 진술이 엇갈려 공모관계를 인정하기 어려우며 명확한 증거에 근거하지 않고서는 한 전 청장을 뇌물죄로 처벌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한 전 청장은 무죄를 선고받은 후 한동안 법정에 홀로 앉아 마음을 진정시킨 뒤 부인에게 전화를 걸어 “결론이 잘 났다. 마음고생 많았다”라고 말했다. 취재진이 심경에 대해서 묻자 그는 “여전히 부끄럽다”라고 대답했다. 검찰은 즉각 항소할 방침이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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