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딸에게 동물을 보여주기 위해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까지 갔다 왔습니다. 내려오면서 참 서글펐습니다. 인근 대구에도 있는 동물원이 왜 부산에는 없어요. 단칸 셋방에 살더라도 이사를 가고 싶네요.”(신모 씨)
최근 부산시 전자민원에 접수된 부산시민들의 소리다. 부산에는 ‘동물원’이 없다. 부산 동래구 온천동 금강공원 내에 있던 민간 동래동물원은 2001년 폐쇄됐다. 1982년 문을 연 부산진구 초읍동 어린이대공원 내에 있던 민간 성지곡동물원도 시설 현대화와 프로그램 다양화 등을 위해 2004년 없어졌다. 이후 사업시행사인 ㈜더파크는 동물원 이름을 ‘더 파크’로 확정하고 대대적인 동물원 조성사업에 나섰다. 터 5만3193m²(약 1만6000평)에 동물우리 11동, 공연장, 동물병원, 편의시설 등을 지어 테마공원 조성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국내 최초의 ‘도보형 사파리’로 만든다는 야심 찬 계획은 7년이 넘도록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2차례에 걸친 시공사 워크아웃과 3차례에 걸친 조성계획 변경,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통한 자금조달 어려움 등이 공사 지연의 주원인이다. 더파크 측이 현재까지 동물원 조성사업에 투입한 돈은 590억 원. 현재까지 공정은 50% 정도로 자금이 더 필요하나 금융권에서는 사업성이 없다며 대출을 꺼리고 있다. 채권자들은 채권 회수에 들어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더파크 측은 최근 부산시에 3개월간 사업기간 연장을 신청하면서 채무 분할상환과 일부 감면내용을 담은 채권자들의 의견서를 함께 제출했다. 더파크 측이 다음 달 말까지 추가 사업비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사업허가 취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시는 이런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사업규모 축소나 주차장 건립 및 투자유치 지원 등 다양한 지원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김영춘 시 녹지정책과장은 “최악의 경우 경매에 넘어갈 수밖에 없는데 지역기업이나 독지가가 사회공헌 차원에서 더파크를 인수해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동물원도 공익시설인 만큼 시립화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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