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 파업 사태’에 개입한 외부 세력에 대해 부산 시민들이 ‘레드카드’를 들었다. 지난달 27일 노사합의가 이뤄졌지만 ‘희망버스’ 등 정치권이나 노동단체 등 제3자 개입으로 또다시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 “희망버스가 아니라 절망버스다”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가 있는 부산 영도구 11개 동 주민자치위원장들은 “9, 10일 있었던 2차 희망버스 행사로 주민들은 큰 불편을 경험했다”며 “3차 희망버스 행사가 영도구에서 열리면 저지할 것”이라고 13일 밝혔다. 이들은 “1, 2차 희망버스 행사 당시 봉래동 사거리 일대는 도로점거, 고성방가, 무단방뇨, 쓰레기 방치 등으로 큰 혼란을 겪었다”며 “3차 희망버스가 영도에 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호소했다.
허남식 부산시장도 이날 부산시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노사가 합의를 하고, 파업을 철회한 뒤 업무에 복귀하기로 했는데 제3자 개입으로 지역사회와 시민이 혼란에 빠졌다”며 “제3자 개입을 단호히 거부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진중공업이 정상화되고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크레인에 있는 지도위원 등 5명이 빨리 내려와 줄 것”을 요청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어윤태 영도구청장도 “영도구민들에게 엄청난 피해와 고통, 불편과 실망을 안겨주는 희망버스는 언어도단”이라며 “부산의 자존심과 관계된 질서 파괴는 더 큰 파괴를 부른다”고 경고했다.
신정택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은 “한진중공업 사태로 도산 위기를 겪거나 고통 받는 하청업체가 많다”며 “다행히 노사가 일을 하겠다고 하는데 기업을 죽이는 사태가 외부세력에 의해 벌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제종모 부산시의회 의장은 “희망버스는 사람을 죽이는 ‘희망’이다”며 “밥 먹고 정신 나간 행동을 하는 세력들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격분했다.
○ 한진중공업 노사 또 갈등 조짐
노사는 지난달 27일 노조 파업 철회 조건으로 노사협의 이행합의서에 서명했지만 노사 갈등이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핵심 사안인 정리해고 문제에 대해 금속노조가 협상 개입을 밝혔기 때문이다. 채길용 금속노조 한진중공업 지회장은 12일 경찰 조사에 앞서 “정리해고 문제는 사측이 금속노조와 교섭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속노조 박유기 위원장도 “금속노조는 산별노조여서 노사 간 교섭 체결 권한은 우리에게 있다”며 “한진중공업 사태 핵심인 정리해고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노사협의 결과는 잘못됐으며, 바로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회사 측은 “정리해고 문제는 경영권에 속하는 사항으로 단체교섭 대상이 아니다”며 “임금이나 근로조건 사항은 상위 단체에 위임하는 게 맞지만 경영권이나 노사협의 사항에까지 금속노조가 개입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재용 한진중공업 사장은 “합의 당사자나 주체가 아닌 금속노조가 노사합의 효력을 다투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밝혀 향후 노사 교섭에서 또 다른 갈등이 예상된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 손학규 대표 오늘 현장 방문 ▼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14일 극심한 노사분규를 겪고 있는 부산 한진중공업을 방문한다.
손 대표는 이날 부산의 한 중소기업과 재래시장, 부산저축은행 본점을 차례로 방문한 뒤 한진중공업으로 이동해 이재용 사장과 채길용 노조지회장 등 노사 관계자들을 면담할 계획이다. 이번 방문은 한진중공업 사태에 대해 손 대표가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당 안팎의 일부 비판적 시각을 의식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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