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사관학교 사상 첫 민간인 女교수 정성임 씨 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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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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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 여고 나와 여대에서 박사학위까지… 처음엔 사양… 생도들에 반해 생각 바꿔”

육군사관학교는 1일 개교 이래 처음으로 민간인, 그것도 여성을 교수로 임용했다. 육사 관계자는 이날 “1946년 육사 개교 이후 처음으로 국내 박사 출신인 정성임 전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연구위원(50·사진)을 첫 군무원 교수로 임용했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군무원(4급) 신분으로 안보관리학과에서 육사 생도들을 가르친다.

정 교수는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81학번으로 1999년 이화여대에서 광복 직후 소련의 북한 점령 정책에 관한 연구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비교정치 및 국제정치를 전공한 정 교수는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 국방부와 통일부 정책자문위원을 지냈다. 지난해 9월부터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연구위원으로 일했으며, 북한연구학회 연구이사도 맡고 있다. 정 교수는 미혼이다.

일부 군무원 신분의 민간인 교수가 있는 해사나 공사와 달리 육사에서는 그동안 교수직을 모두 현역 영관 및 위관급 장교들이 맡아왔다. 일부 여군 장교가 교수직을 맡고 있으나 민간인 출신 여성 교수는 정 교수가 처음이다. 육사는 2000년대 초반부터 민간인 교수를 선발하려 했으나 적임자를 찾지 못하다 이번에 정 교수를 첫 민간인 교수로 임용했다.

정 교수는 육사와는 2002년 시간강사로 처음 인연을 맺었다. 당시 이화여대 정외과 사무실로 북한학 강의 추천 의뢰가 들어와 은사가 정 교수를 추천했다. ‘한 학기만 하겠다’고 시작한 육사 강의가 지난해 8월까지 8년간 계속됐다고 한다. 정 교수는 “우연찮게 육사와 인연을 맺었지만 덕분에 연구 영역도 더 넓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여중과 여고를 거쳐 박사까지 여대에서 딴 사람으로서 처음엔 안 하겠다고 했어요. 하지만 가르치다 보니 생도들이 매우 성실하고 순진하다는 걸 알게 되면서 보람도 커졌습니다. 절제와 인내, 명예를 강조하고 투철한 국가관을 가진 생도들의 모습도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2004년부터는 육사 내 동아리 격인 국방학술부에서 지도강사를 맡으면서 생도들과 더 친해지게 됐죠. 생도들이 졸업 후에도 계속 연락해와 지금도 친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정 교수는 올가을 2학기부터 정치학개론, 국가안보론, 국제안보협력론 등 9학점(9시간)을 강의한다. 정 교수는 “앞으로 민간과 군의 교류에 기여하겠다”며 “육사의 학생과 교수진 모두 군인인 만큼 군인을 대상으로 한 교수법 연구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앞으로 통일 이후의 민·군 관계, 남북 군사회담 전략 등을 집중적으로 연구할 예정이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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