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교대총장이 3년전 억대 금품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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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16일 03시 00분


“공제회이사장 되게 해 달라” 브로커에 1억6000만 원 건네박재완 당시 수석에 접근했다 실패… 돈 되찾으려 수사의뢰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15일 A교대 총장을 지낸 김모 교수(64)에게서 “정권 실세에게 인사 청탁을 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억대의 로비자금을 받은 혐의로 브로커 황모 씨(55)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교수는 총장 퇴임 후 1년쯤 지난 2008년 7월 “교직원공제회 이사장이 될 수 있도록 청와대 핵심참모에게 로비해 달라”며 황 씨에게 8차례에 걸쳐 1억6000만 원을 건넸다. 하지만 김 교수는 교직원공제회 이사장이 되지 못하자 황 씨에게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고 결국 돌려받지 못했다. 김 교수가 황 씨를 통해 인사 로비를 시도했던 청와대 참모는 당시 국정기획수석이던 박재완 현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경찰 조사 결과 황 씨는 김 교수에게 “박 수석과 중학교 동문이어서 잘 아는 사이”라며 친분을 과시했지만 실제로는 박 장관과 직접적인 친분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 씨는 그 대신 박 장관과 중고교 동문인 자신의 고향 선배를 동원했다.

황 씨는 박 장관이 2008년 12월 서울 서초구의 한 일식집에서 중고교 동문 모임을 갖는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고향 선배에게 부탁해 김 교수와 박 장관의 만남을 주선했다. 경찰은 “일식집 옆방에서 박 장관을 만난 김 교수가 그 자리에서 인사 청탁을 했지만 박 장관이 ‘그런 말을 하는 자리라면 나는 나가겠다’며 청탁을 거절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박 장관이 불교에 관심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황 씨의 고향 선배를 통해 금으로 된 반야심경도 전달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장관은 청와대 재직 시절 청와대 내 불교신도들의 모임인 ‘청불회’ 회장을 지냈다. 황 씨의 고향 선배는 이 물건을 청와대 박 장관 집무실에서 전달하려 했지만 박 장관은 “왜 이런 것을 가져왔나”라며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는 3년이 지나도록 소득이 없자 결국 돈을 돌려받기 위해 경찰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황 씨가 김 교수에게 받은 돈의 대부분을 사업자금과 유흥비 등으로 쓴 것으로 보고 있으나 황 씨는 받은 돈은 로비를 위해 접대용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초등학교 교사 출신인 김 교수는 2003년부터 4년간 A교대 총장을 지냈으며 현재 이 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교육 관련 학회장을 두루 역임한 김 교수는 대통령표창과 국민훈장 목련장 등 다양한 수상 경력을 갖고 있다.

경찰은 김 교수에 대해 “금품을 동원해 인사 청탁을 시도했지만 뇌물이 박 장관에게 직접 전달되지 않아 범죄(뇌물공여 미수)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피해자 신분으로만 조사했다”고 밝혔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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