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서 1인 8장까지 살수있어… 타인 이름빌려 수십장씩 확보
1만2000원짜리 ‘지정석’ 3만∼5만원에 거래
“오랫동안 줄 서서 기다리느니 그냥 이걸로 사세요.”
2일 오후 2시 서울 잠실야구장 매표소 앞. 입장권을 한 묶음 손에 쥔 암표상이 날도 더운데 줄 서느라 고생하지 말고 암표를 사라고 부추겼다. 평일인 이날은 LG와 KIA의 경기가 오후 6시 반에 시작되니 4시 반이 돼야 매표소가 문을 연다. 지금 줄을 서면 2시간 반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인터넷으로 예매를 한 사람도 4시 반이 돼야 예매 확인서를 표로 바꿀 수 있다.
입장권 현장 판매 시간은 아직 한참 남았는데 암표상들은 그 많은 표를 어디에서 구했을까. 구단들이 해당 경기 열흘 전부터 인터넷과 함께 편의점을 통해서도 예매할 수 있게 한 표가 암표상들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 암표상들이 편의점 예매에 눈독을 들이는 건 인터넷 예매와 달리 현장에서 교환할 필요 없이 바로 입장할 수 있는 표가 발권되기 때문이다. 1인당 8장까지 살 수 있어 다른 사람 이름 몇 개만 빌리면 수십 장을 쉽게 손에 넣는다. 암표상들은 이렇게 확보한 1만2000원짜리 내야 지정석 표를 매표소가 문을 열기 전까지는 3만 원에 판다. 현장 판매분까지 다 팔렸다는 매진 안내 방송이 나오면 정가의 4배가 넘는 5만 원으로 값을 올려 판다.
프로야구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각 구단은 팬들을 위해 다양한 티케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암표상들은 이를 이익을 챙기는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 구단별로 1인당 6∼9장까지 허용되는 인터넷 예매에서 여러 개의 ID로 표를 챙긴다. 여기에 편의점 예매에까지 손을 뻗쳐 애꿎은 팬들만 웃돈을 주고 야구를 봐야 하는 피해를 보는 것이다.
5일 야구 열기가 유별난 부산의 사직야구장 앞. 암표상들이 등장하는 시간대는 잠실야구장과 조금 달랐다. 매표가 진행 중일 때는 암표상들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러다 매진 안내 방송이 나오면 암표상들이 한꺼번에 나타난다. 이날 롯데와 LG의 경기가 열린 사직구장 매표소에서 현장 판매분인 8000장이 다 팔렸다는 방송이 나오자 암표상들은 약속이나 한 듯 여기저기서 모습을 드러냈다.
롯데는 8일 현재 평균 관중이 경기당 2만1663명으로 8개 구단 중 가장 많다. 사직 구장 전체 2만8500석 중 내야 지정석은 거의 매번 다 팔린다는 얘기다.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는 암표상들이 매진될 때까지 기다렸다 나타나 값을 올려 부르는 식이다. 사직구장 앞 암표상들은 1만 원인 내야 지정석 표를 3만5000원에 팔았다.
LG와 두산, 한화 등이 도입한 홈 티켓 서비스를 악용하는 경우도 있다. 홈 티켓은 인터넷 예매 후 바코드가 표시된 표를 직접 출력하면 현장에서 교환하지 않고 입장할 수 있다. 일부 악덕 암표상은 인터넷으로 예매한 표를 출력한 뒤 바로 예매를 취소하고 출력한 표만 팔아버리기도 한다. 지난달 잠실구장에서는 이런 표를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구입한 팬이 예매가 취소된 사실을 모르고 야구장을 찾았다가 입장이 안 되는 바람에 구단 직원과 승강이를 벌인 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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