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에 ‘평화의 아리랑’ 울려퍼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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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자원봉사단 ‘V원정대’ 어제 현지서 콘서트
北포격 상처 위로… 가수 김장훈-테너 임형주 참가

“연평도가 다시 평화의 봄을 노래합니다. 연평도의 아이들과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이 함께 손을 잡고… (중략) 연평은 평화입니다!”

서해의 붉은 노을이 사람들의 얼굴을 발갛게 물들였다. 5일 오후 7시. 잔치가 한창인 인천 옹진군 연평도 종합운동장에 ‘평화선언문’이 울려 퍼졌다. 잔디밭에 자리를 깔고 앉은 마을 사람 200여 명은 삶은 돼지고기와 국을 놓고 편안한 표정으로 잔을 기울였다.

이 자리는 대학생 자원봉사단 V원정대가 주최한 ‘연평 아리랑’ 콘서트. V원정대는 이날 연평도를 평화의 지역으로 선포하기 위해 축제를 준비했다. 가수 김장훈과 팝페라 테너 임형주, 트로트 그룹 LPG, 국악 연주단 이화국악앙상블, 첼로 연주단 이화첼리, 광운대 로봇게임단 ‘로빛’ 등이 자리에 함께했다.

평화선언문 낭독과 가야금 연주, LPG, 임형주, 연평 어린이들의 웅변, 김장훈 등의 무대가 끝나고 연두색 티셔츠를 맞춰 입은 50여 명의 청소년이 등장했다. 주민들의 시선이 이들에게 고정됐다. 연평초·중학생들로 구성된 ‘연평도 어린이&청소년 합창단’이었다. 어둠이 내려앉는 운동장에 이들이 부르는 ‘도레미송’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가 울려 펴졌다.

합창단원인 방혜정 양(14·연평중 2)은 “언니 오빠들이 공부도 가르쳐주고, 캠퍼스 투어도 해 주어 (포격사건 이후)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면서 대학생 선생님을 쳐다보며 씩 웃었다.

V원정대와 합창단의 인연은 지난해 12월부터. 갑작스러운 북한의 포격으로 연평도 주민들이 고향을 떠나 인천의 찜질방에서 머무를 때 대학생들이 배식 봉사를 시작했다. 지난해 성탄절, V원정대는 연평도 주민들이 임시로 머물던 김포 지역 숙소에 직접 만든 파전을 들고 깜짝 방문을 했다. 이후 청소년들의 손을 잡고 서울 지역 대학 캠퍼스 투어를 진행했고 김포 숙소에서 공부방을 운영하기도 했다.

공부방 자원봉사에 참여한 대학생 윤소영 씨(21)는 “아이들이 연평도로 돌아간 뒤에도 연락이 이어졌다.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어 5월부터 합창단을 꾸렸다”고 말했다. 매주 대학생 5∼7명이 돌아가며 연평도로 들어가 노래와 율동을 가르쳤다.

북한과 가까운 지리적 위치에다 사건 이후 폭발음과 유사한 시끄러운 소리에 민감해진 연평도 주민들의 마음을 고려해 처음으로 특수효과와 레이저가 없는 무대를 꾸몄다는 김장훈은 “꾸준히 연평도에 관심을 보이는 V원정대의 진정성에 반해 행사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오후 9시가 가까운 시간, 날씨는 어둑해졌지만 운동장의 열기는 식지 않았다. 자전거를 타고 온 어린이들과 삼삼오오 모여 앉았던 어른들이 모두 일어나 음악에 맞춰 춤을 췄다. 임형주, 김장훈의 무대에선 휴대전화 카메라로 무대를 찍기에 바빴다. 연평도 청소년과 대학생, 출연진이 모두 선 마지막 무대에선 모두 한마음이었다. “연평이 이제 희망을 노래합니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연평도=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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