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수사 확대]감사원, 공직비리 엄단 선언 열흘만에…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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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진수 개인문제” 선 긋지만 조직 전체 충격 번질까 촉각
“의혹 사실일 땐 할 말 없어”… 청와대 분위기도 뒤숭숭

“고강도 공직기강 감찰 계획을 밝힌 감사원 내부에서 이런 일이 터지다니….”

은진수 감사위원이 부산저축은행그룹의 로비 청탁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진 26일 감사원 간부들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양건 감사원장이 공직기강 해이와 비리 엄단 의지를 밝힌 지 겨우 열흘 만이다.

감사원 관계자들은 일단 “은 감사위원 개인의 문제일 뿐”이라며 언급을 피하고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이번 의혹이 감사의 공정성 논란으로까지 이어질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저축은행 부실사태 대응 책임을 놓고 검찰과 최근 신경전이 벌어졌던 만큼 이번 일이 감사원과 검찰 간 갈등의 재연으로 비칠 가능성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감사원 관계자는 “솔직히 임명권자의 뜻에 따라 외부에서 들어오는 사람은 우리 업무에 대해 잘 모르고 4년 있다 나갈 사람”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감사위원 자리에 정치권 인사가 임명된 것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은 위원은 2009년 감사위원으로 임명된 이후에도 끊임없이 논란의 대상이 됐다. 임명 직후 여권 인사들과의 모임에 참석해 구설에 올랐고, 지난해에는 4대강 감사 결과 발표를 지연시켰다는 비판 속에 주심위원 자리에서 밀려났다.

청와대 분위기도 침울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보고를 받고 아주 어두운 표정을 지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참모는 “저축은행 문제는 지난 두 정권을 거치며 곪을 대로 곪아 현 정부에서 터진 것인데, 이번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현 정부로서도 할 말이 없게 된다”고 우려했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참모진 회의를 소집해 민심수습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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