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기업에 경찰력 전격투입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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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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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산업 볼모로 한 ‘알박기 파업’ 안돼” 7일만에 강제 해산


연행되는 노조원들 24일 유성기업 아산공장을 점거하고 있던 노조원들이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경찰은 이날 오후 4시경 공장에 들어가 노조원 500여 명을 전원 연행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연행되는 노조원들 24일 유성기업 아산공장을 점거하고 있던 노조원들이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경찰은 이날 오후 4시경 공장에 들어가 노조원 500여 명을 전원 연행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경찰이 24일 유성기업에 경찰력을 전격 투입한 것은 파업으로 인해 피해가 하루 1000억 원에 이르는 등 눈 덩이처럼 불어나는 국내 자동차업계 상황을 더는 방치할 수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파업이 길어져 자칫 외부 세력이 개입할 경우 이번 파업이 ‘제2의 쌍용자동차 사태’로 번져 사회적 정치적 문제로 확산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파업 중인 유성기업 노조에 대한 경찰의 해산 작전은 다행히 별다른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 피해 확산 방지


유성기업 노사는 올해 초부터 주간연속 2교대제 및 월급제 도입을 놓고 첨예한 대립을 빚었다. 노조는 단체교섭이 결렬된 18일 생산라인을 점거한 채 파업을 시작했고 사측은 당일 아산공장과 영동공장에 대해 직장폐쇄 조치로 맞섰다.

사측은 현장에 관리직을 투입해 생산 재개를 시도했지만 조합원과 일부 노동단체 관계자 등 500여 명은 폐쇄된 공장 정문을 뚫고 들어와 생산라인 등 회사 전체를 점거한 채 파업을 계속했다.

경찰은 당초 25일 새벽 경찰력을 투입할 방침이었으나 노사 교섭에 진전이 없자 작전을 앞당겼다. 고용노동부도 유성기업 노조의 파업이 공장을 점거한 불법 파업이라고 밝혀 경찰에 힘을 실어줬다.

경찰 관계자는 “유성기업 노조 파업으로 현대자동차 스타렉스와 포터의 엔진 생산이 중단됐으며, 기아자동차는 소하리공장에서 생산되는 카니발 디젤모델 생산이 중단되는 등 피해가 커지고 있으나 협상 타결 전망이 없어 해산 작전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파업이 더 길어질 경우 자칫 이 사안이 외부 세력 개입으로 ‘제2의 쌍용차 사태’로 비화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유성기업 노조 파업이 전국적인 관심사가 될 경우 정치권이나 외부 노동계가 개입할 우려가 높았다”고 전했다.

○ 대리전 원치 않은 노조원들 순순 투항


유성기업 노사에 따르면 현재의 근무체계는 오전 8시 반∼오후 5시 반, 오후 10시∼다음 날 오전 6시 등 두 차례에 걸쳐 8시간씩 근무시간을 정해 놓고 그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근무하도록 하는 주야 2교대제. 노조원 대부분은 두 근무시간대 사이에 2시간씩 허용된 특근(1.5배 수당)까지 하루 10시간씩 근무하며 시급으로 보수를 받아왔다.

노조는 심야 근무를 없애고 근무시간을 8시간으로 줄이는 대신 보수는 10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월급 형태로 지급할 것을 요구하는 주간연속 2교대제와 월급제를 요구했다. 오전 8시∼오후 4시, 오후 4시∼밤 12시 등 8시간씩 연속 두 차례의 근무시간을 마련하고 밤 12시부터 다음 날 오전 8시까지 심야 시간에는 공장을 가동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다.

회사 측은 노조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지난해 48억 원의 적자를 본 상태에서 연간 25%의 임금 손실이 발생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조는 그동안 사측 주장에 강하게 반발했지만 정작 이날 경찰이 진압작전을 시작하자 큰 저항을 하지는 않았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나 전국금속노조가 현지에 내려와 파업지원을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극한투쟁으로는 치닫지 않은 것이다.

이에 대해 업계와 경찰 관계자는 “임금이 비교적 높은 노조원들이 이번 파업이 임금투쟁과 근로조건 개선을 넘어 사정이 비슷한 전체 업계의 대리전 양상으로 비화하자 심한 부담을 느껴 내심 원만하고 조속한 해결을 원했던 것으로 안다”고 분석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아산=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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