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엑스포 D-1년]생명이 뛰노는 곳, 자연이 숨쉬는 곳, 순천만 세계를 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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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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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원박람회 2013년 순천 일대서 열려…
‘생태관광’의 세계적 메카로 거듭나기 한창

순천만은 해안하구의 자연생태계가 원형에 가깝게 보전돼 있는 세계 5대 습지 중 하나이다. 순천시는 최고의 ‘명품정원’을 만들어 천혜의 자연정원인 순천만과 연계해 세계 유일의 ‘에코 그린타운’을 조성한다는 전략이다. 순천시 제공
순천만은 해안하구의 자연생태계가 원형에 가깝게 보전돼 있는 세계 5대 습지 중 하나이다. 순천시는 최고의 ‘명품정원’을 만들어 천혜의 자연정원인 순천만과 연계해 세계 유일의 ‘에코 그린타운’을 조성한다는 전략이다. 순천시 제공
《‘휘모리 장단에 갈대가 춤을 추고 붉은 칠면초 자라는 바다. 작고 귀한 생명의 소리 갯벌에 가득하고 만선을 꿈꾸는 어부의 노래 콧노래 흥겨운 바다. 물 떠난 샛강에 아리랑 춤사위 흐리고 갈기슭에 흑두루미 저어새 사랑을 하면 와온 해변 솔섬 사이로 스러지는 저녁노을….’(박원자의 시 ‘그리운 순천만’에서) 순천만은 소설가 김승옥의 ‘무진기행’의 배경이기도 하다. 이 소설은 순천만을 “무진교를 걷다 보면 눈앞에 시원스레 펼쳐지는 갈대와 갯벌, 철새의 환상적인 만남이 이어진다”고 노래한다. 순천만은 전남 순천시내에서 남쪽으로 8km 정도 떨어져 있다. 2568ha(약 776만 평)의 넓은 갯벌과 갈대, 철새가 조화를 이루고 있는 생태계 보고(寶庫)다. ‘S자 수로(水路)’에 비친 낙조(落照)는 비경 중에 비경으로 꼽힌다. 넓은 갯벌에는 짱뚱어가 뛰고 염생식물인 칠면초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용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순천만은 누군가 정성 들여 가꾸어 둔 정원과도 같다. 순천만을 구성하는 다양한 자연공간들은 자연스럽게 하천과 개울로 이어지고 서로를 껴안고 어우러져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하늘이 내린 정원’ 순천만


연간 300만 명 이상이 찾는 ‘생태관광 1번지’ 순천만에서 국제정원박람회가 열린다. 순천시는 지난달 시청에서 박람회조직위원회 창립총회를 열었다. 박람회는 2013년 4월 20일∼10월 20일 6개월간 순천 도심과 순천만 사이에서 열린다. 박람회 주제는 ‘지구의 정원 순천만(Garden of the Earth)’. 순천시는 2009년 9월 스페인 사라고사에서 열린 국제원예생산자협회(AIPH) 총회에서 박람회를 유치했다.

지난달 착공한 정원박람회장은 총 152만 m²(약 46만 평) 규모다. 미주 유럽 아시아 등에서 참가하는 10개국은 주 박람회장(55만8000m²)에서 각국의 전통 양식으로 정원을 꾸민다. 국내외 작가와 녹색기업, 자치단체들도 24개 정원을 만들 예정이다. 박람회장 주변에 수목원(25만8000m²), 국제습지센터(11만8000m²), 저류지공원(24만5000m²)도 조성한다.

박람회장에는 현재 덤프트럭 등 중장비가 매일 50여 대씩 투입돼 터 조성 공사가 한창이다. 정원박람회장에 첨단 정보기술(IT)과 친환경 농업이 융합된 미래형 IT정원인 이른바 ‘식물공장’ 사업이 최근 지식경제부 공모사업에 선정돼 부대행사 준비도 순조롭다. 국내 최초로 정원박람회장과 순천만 사이를 시범 운행할 무인궤도택시(PRT)사업을 국토해양부가 특별 승인하는 등 정부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국내 최초로 열리는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관심을 끄는 것은 무엇보다 정원박람회가 가지는 경쟁력 때문이다. 정원박람회는 박람회 후 시설물을 철거하는 산업박람회와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가치를 더해가는 녹색성장 박람회다.

○ 세계 생태관광 메카를 꿈꾼다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 마스코트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 마스코트
순천시는 4년 전부터 정원박람회를 준비해 왔다. 나무가 자라는 기간을 감안해 2008년부터 나무은행을 운영하며 국·공유림과 시유림 등에서 2만2000그루를 확보해 키우고 있다. 이 중에서 편백나무 서양측백나무 단풍나무 벚나무 상수리나무 노각나무 동백나무 등 100여 종 1만5000그루를 추려 박람회장에 옮겨 심는다.

정원박람회는 ‘생태도시’ 순천의 녹색성장 틀을 확고히 해줄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유럽 등지에선 30년 전부터 정원박람회를 개최하며 도시 품격과 주민 삶의 질을 높이고 있다. 박람회장은 자연재해를 막는 방재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순천은 바다와의 표고가 5m에 불과해 자연재해에 상시 노출된 지역이다. 최덕림 박람회추진단장은 “빼곡하게 나무가 들어서는 길이 2km, 폭 1.4km 규모의 박람회장 터가 거대 숲을 이뤄 넘치는 바닷물과 강물을 흡수할 것”이라며 “홍수 예방용 저류지도 조성한다“고 말했다. 박람회장은 도심이 순천만 방향으로 팽창하는 것을 막아주는 생태축 기능을 하며 순천만을 개발로부터 지켜내는 완충지대 기능도 담당하게 된다.

정원박람회는 2012 여수세계박람회 1년 후에 개최됨으로써 국가에서 이미 투자한 사회간접자본시설(SOC)을 다시 활용해 국가 브랜드 향상에 크게 기여한다는 점도 높이 평가받고 있다. 순천만은 제주도 동굴과 함께 국내에서 세계자연유산 후보지역으로 꼽힌다. 박람회에는 외국인 관람객 22만 명을 포함해 468만 명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생산유발 1조323억 원, 부가가치 6790억 원, 1만1000명의 녹색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순천만+도시숲, 거대한 ‘도시정원’ 만든다▼

전남 순천시는 순천만정원박람회를 통해 세계 5대 연안습지인 순천만을 보존하고 152ha에 달하는 도시 숲을 조성해 거대한 도시정원을 만들 복안을 세웠다. 세계의 정원들을 단순히 한곳에서 감상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박람회 이후에도 세계적인 명품 공원으로 가꿔 국내외를 대표하는 생태도시로 브랜드 가치를 높인다는 것이다.

순천시는 정원박람회를 계기로 고부가가치형 산업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한방과 뷰티산업에 주목하고 있다. 다양한 식물과 약초를 이용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내년에 한방약초 재배공원 및 체험장을 건립한다. 풍덕동 박람회장(4섹터) 용지에 들어설 공원과 체험장은 총건축 면적 1400m²(약 423평) 규모로 128억 원이 투입된다. 이곳에서는 한방약초 체험은 물론 한방병원, 대학 등과 함께 체질 진맥을 하고 아토피, 당뇨 등 치료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정원과 의학을 접목해 기능성 제품 생산 업체를 유치하고 약초 스파, 약초 세러피 체험장, 약초 판매장도 개설한다. 향(香) 관련 산업화도 추진해 향수나 방향제 향베개 허브오일 문구 등도 생산한다. 순천대 한약자원학과와 전남도 한방산업진흥원과 함께 약초음식점과 한방약초카페를 만들어 한방차 한방약주를 선보이고 한방다이어트 음식 녹즙 등 기능성 식문화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고용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뷰티산업도 육성한다. 순천시는 2015년까지 북부권은 한방허브, 허브치유(아토피)산업을 유치하고 남부권은 뷰티, 미용의료(천연물신약개발)단지로 개발하기로 했다. 박람회장과 습지센터, 수목원 등 시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올해 ‘정원박람회장 사후활용 중장기 실행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노관규 순천시장은 “정원박람회가 열리고 나면 순천은 한방약초 등을 활용한 뷰티와 한방산업의 메카로 자리매김하고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생태체험 교육의 중심도시로 우뚝 설 것”이라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18세기 영국 화훼축제가 기원▼


정원박람회는 18세기 중반 영국에서 열린 우수 꽃 품종 경연대회인 화훼축제가 기원이다. 19세기 들어서 다수의 원예협회가 생기면서 다양한 원예식물로 그 대상이 넓혀졌다. 1851년 영국의 만국박람회 이후에는 원예와 정원이 박람회 주제로 등장하면서 각 나라를 대표하는 특유의 정원행사로 발전했다.

영국에서는 치즈윅 페트가 장소와 행사명이 바뀌면서 ‘첼시 플라워 쇼’라는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이 행사는 매년 행사 때마다 새롭게 준비되고 다시 철거되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지만 관련 산업과 관광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상당히 크다.

순천시 제공
순천시 제공

독일의 많은 도시들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2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연방정원박람회(BUGA)나 10년 마다 열리는 국제정원박람회(IGA)를 통해 도시 녹지공간을 확보하며 생활의 질을 높였다. 네덜란드에서는 독일의 국제정원박람회와 유사한 ‘플로리아드(Floriade)’가 10년에 한 번씩 열리고 있다. 통상 최소 5년 이상 준비 기간을 거친다. 정원박람회를 기점으로 공원이 도시 안이나 혹은 주변에 새롭게 생기거나 정비되는 개념이다. 유럽에서는 이런 형태의 정원박람회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행사가 한 장소에서 매번 열리는 것이 아니라 항상 새로운 도시에서 개최되고 행사장은 행사가 끝난 이후에도 그대로 공원으로 남아 도시의 기반 시설로 흡수되기 때문이다.

박람회장은 처음에 전쟁으로 파괴된 공원이나 역사정원 복원 개념으로 조성됐다. 1960∼70년대에는 기존 공원을 정비하거나 확장하는 성격이 강했고 1990년대는 산업지역이나 군부대 지역의 이전에 따른 공원화가 대세였다. 2000년대에는 녹지축의 연결 개념, 최근에는 한 장소에서 개최하는 것이 아닌 도시 내 여러 장소에 녹지를 조성하고 이를 연결하는 그린 인프라 구축으로 그 개념이 옮겨가는 추세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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