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동부권 대변신]전남 동부지역 거점大 순천대, 제자사랑·인재사랑 뜨거운 릴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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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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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직 교수들 발전기금 릴레이 기부로 새로운 성장활기
국내유수기관과 산학협력 맺어 인재양성 박차

《전남 동부지역 거점대학으로 우뚝 선 순천대가 대학 발전의 토대가 되는 발전기금 릴레이 기부로 새 활력을 얻고 있다. 잇따른 기부에 자신감이 커진 데다 기업과 맞춤형 인재양성 협약까지 성과를 내면서 ‘미래를 개척하는 대학’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취임한 임상규 총장은 수요자 중심의 질높은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농림부 장관 출신인 그는 적재적소의 과감한 투자와 교육역량 강화로 순천대를 지역 명품대학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 학교·제자 사랑 기부 릴레이


순천대는 지역 거점 국립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발전기금 모금에 대학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그 결과 올해 1, 2월에 6억 원의 기금을 모았다. 2009년 3억1000만 원과 지난해 5억 7000만 원의 모금액을 두 달 만에 넘어선 것이다. 당연히 대학 발전에 청신호가 켜졌다.

대학 발전기금이 크게 늘어난 것은 전현직 교수들의 학교에 대한 애정과 제자 사랑 때문이다. 최주호 전 순천대 산업기계공학과 교수는 3월 “제자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써 달라”며 4200만 원을 대학에 기탁했다. 최 교수는 “몸은 비록 순천대를 떠났지만 대학발전을 바라는 마음과 함께 제자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전달하고 싶었다”며 “가정형편이 곤란해 학업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15년 전에 순천대를 떠난 노(老)교수도 발전기금을 보탰다. 김용환 전 순천대 산림자원학과 교수는 2월 발전기금 1억 원을 맡겼다. 1994년 2월 순천대를 정년 퇴임한 김 교수는 “28년간 순천대에 몸담고 살아온 시간에 감사할 따름”이라며 “생활이 곤란한 학생과 산림자원학 분야 우수 인재를 양성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기부 씨앗은 민들레 홀씨처럼 퍼지고 있다. 송원섭 원예학과 교수는 3월 ‘순천대 한중(韓中) 청장고원 야생화연구소’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장학금으로 써 달라며 발전기금 6000만 원을 기탁했다. 부자(父子)간에 발전기금을 낸 경우도 있다.

고 장승우 전 기획예산처 장관 가족들은 1월 “우수인재 양성 및 우수연구 교수 연구비 지원에 써 달라”며 1억 원을 기탁했다. 기탁식에는 고인의 부친인 장형태 전 전남지사가 첨석했다. 장 전 지사도 그동안 순천대 교육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1억5000만 원을 기탁했다. 순천대는 발전기금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한편 각계 인사들의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

○ 맞춤형 인재 양성 성공모델

순천대가 시행하고 있는 기업과 맞춤형 인재 양성 협약은 학생 취업지원의 새로운 성공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이 협약은 기업에 우수인재 조기 확보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주고 있다. 순천대는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육성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지난해 9월부터 국내 유수 기업과 산학협력 및 인재 양성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을 맺은 기관 및 업체는 14곳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을 비롯해 포스코 광양제철소, 전남신용보증재단, 소모그룹, 동원그룹, 보해양조㈜, ㈜부영, 하림그룹, 순천농업협동조합, 죽암그룹, 광주은행, KT, 제너시스BBQ, 광주전남지방중소기업청 등 금융과 정보통신(IT), 제조업체가 망라됐다. 최근에는 국립수목원과 한국컨테이너부두공단, 순천시와도 협약을 맺어 공동 연구와 인적 교류를 하고 있다.

협약 체결에 따른 가시적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에 3명이 취업했다. 소모그룹과 동원그룹은 학생 7명을 채용했다. 하림그룹은 15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KT는 IT 분야 우수인재 양성을 위해 해마다 학생 60명을 자체 교육하는 등 활발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나머지 그룹도 조만간 채용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또 순천대는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성교육과 리더십을 강화하고 국제 경쟁력을 갖춘 인재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재학생들의 영어능력 향상을 위해 향림 영어취업캠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국제교류어학원에서는 영어, 일본어, 중국어 성적 우수 학생에게 해외기업 인턴십 및 취업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이광배 순천대 종합인력개발센터 센터장은 “학교와 기업이 공동 연구와 기술을 개발해 기업의 애로사항을 해소하고 산업계의 현장 기술을 대학교육에 반영함으로써 재학생 취업률을 높이는 윈-윈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순천대에만 있다!▼
개성넘치는 이색학과들 많아 재능넘치는 학생들 육성

순천대에는 경쟁력 있고 개성이 넘치는 이색 학과가 많다.

우선 사진예술학과가 눈에 띤다. 이 학과는 아시아 국립대 가운데 유일하다. 사진예술학과 교수 5명이 학생 104명을 가르쳐 교수 1명당 학생수가 20명꼴이다. 국내 사진학과 가운데 교수 충원율이 가장 높다. 교수들이 소수의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니 분위기가 가족적이다. 이 학과는 인문학, 사회학, 첨단과학과 예술성을 고루 갖춘 영상 전문가들을 배출하고 있다. 최근 디지털 카메라 등의 대중화로 사진에 대한 관심이 커진데다 사진 전공자들의 영상산업 분야 진출이 늘면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손영호 사진예술학과 교수는 “학생 80%는 수도권에서 온 유학생”이라며 “학과를 내실 있게 운영한다는 것이 많이 알려진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 전공자는 신문사나 잡지사 사진기자로 진출하기도 하지만 디지털 미디어시대인 요즘에는 콘텐츠 생산자로 변신하고 있다. 교수와 학생의 노력 덕분에 지방대 교육역량강화사업이나 대학 특성화 사업에 잇따라 선정되고 전국 각종 공모전에서 입상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만화애니메이션 학과는 실용학문을 대표하는 전공으로 자리 잡았다. 이 학과 학생 40여 명은 지난해 3월 전남 진도군 의신면 모도마을 찾았다. 모도마을은 주민 80여 명이 살고 있는 전형적인 어촌마을로, 바닷길이 갈라지는 시기에 가장 먼저 물길이 열리는 곳으로 유명하다. 학생들은 사흘 동안 모도마을에 ‘미라클’이라는 주제로 벽화를 그렸다. 전공을 살려 실용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이 학과는 탄탄한 실력으로 순천대의 전략학과로 자리매김햇다. 디지털 만화분야를 특성화해 상당수 졸업생이 인터넷으로 배포되는 만화인 웹툰 유명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특수효과나 3D입체 분야에서도 뛰어난 실력을 뽐내 국제디지털만화공모전이나 서울국제만화페스티벌 등 각종 대회를 휩쓸고 있다. 졸업 후 진로 선택 분야도 날로 다양해지고 있다. 애니메이터, 프로듀서 등 애니메이션 관련 분야나 디자인, 언론 분야 등으로 진출이 가능하다. 장승태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는 “학생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일대일 교육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매천 선생을 기리며…
매천학 연구센터 운영 특성 살린 다양한 활동도



순천대는 3월부터 우국지사 매천 황현 선생(1855∼1910)을 기념하고 그의 사상 등을 연구, 조명하는 ‘매천학 연구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매천 선생은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시인으로 2000여 수의 시를 남기고 한국 근대사 연구에 중요한 저술로 평가받는 ‘매천야록’ 등을 저술한 구한말의 대표적인 선비다. 순천대 곳곳에는 매천 선생의 정신이 살아 숨쉬고 있다. 순천대 박물관은 매천 선생의 관련 자료를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다. 홍영기 순천대 박물관장은 “매천 선생의 혼이 학교 곳곳에 깃들어 있어 교수와 학생에게 매천 선생의 정신적 유전자(DNA)가 흐른다”고 말했다.

순천대는 1935년 순천공립농업학교로 개교해 1982년 4년제 대학으로 개편된 후 1991년 종합대로 승격됐다. 2000년대 들어 광양만권 전략산업이 발전하자 순천대도 함께 성장했다. 순천대는 호남권 산학협력 중심대 육성사업 선정, 3년 연속 교육역량강화사업 선정 등의 성과로 광양만권 산학연구, 교육 중심대학으로 도약하고 있다.

대학 특성화 분야는 광양만권 전략 사업과 궤를 같이하며 미래성장 동력산업이나 남해안 문화·예술·생태 분야를 집중 육성하고 있다. ‘인쇄전자’ 분야에도 뛰어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인쇄전자란 전기회로를 인쇄하듯 찍어내 전자부품을 만드는 것이다. 구리를 입힌 뒤 필요 없는 부분을 깎아내는 기존의 에칭 기법 대신 필요한 회로 부분만 전자잉크(전기가 통하는 잉크)를 이용해 인쇄하는 것이다. 순천대 인쇄전자공학과는 관련 전자, 인쇄, 소자 측정 공정 등 핵심 기술을 자체 개발했고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순천대는 미래 동력산업 분야를 활성화하기 위해 천연물 의약소재 개발연구센터 등 6개 사업단과 3개 연구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천연물 의약소재 등 의약품 시장에 도전하기 위한 포석이다. 지난해 약대와 간호학과를 유치해 더욱 힘을 받게 됐다. 남해안 문화·예술·생태 분야 특성화를 위해 지리산권 문화연구단, 디지털 문화콘텐츠지원센터 등 다양한 문화사업도 펼치고 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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