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中보이스피싱 대어’ 낚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25일 03시 00분


코멘트

中공안과 수사공조 첫 결실… 조선족 등 23명 검거

대검찰청은 중국 공안부와의 긴밀한 수사공조를 통해 한국인을 노린 중국 내 대규모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조직의 총책 김모 씨(중국동포) 등 23명을 중국 공안이 검거해 수사 중이라고 24일 밝혔다. 이 조직은 금융기관을 사칭해 국내 피해자 100여 명에게 전화를 건 뒤 신용카드가 도용됐다며 특정계좌로 입금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수십억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대부분 해외에 근거지를 두고 있어 추적 자체가 어려운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을 중국 공안과의 공조 끝에 검거한 것은 처음이다.

이 과정에는 대검 국제협력단 산하 국제자금추적팀(IMIT)의 역할이 컸다.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IMIT는 지난해 1월 김준규 검찰총장이 “해외 수사기관과의 공조가 절실하다”며 ‘직속부대’로 설치했다. IMIT는 올해 1월 말 일선 지검에서 피해 사례와 수사 첩보를 모은 뒤 전화번호 및 계좌 추적 결과 등을 토대로 중국 헤이룽장(黑龍江) 성에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용의자들의 신원을 중국 공안에 넘겼다. 중국 공안은 이를 바탕으로 3, 4월 대대적 검거에 나섰다. 이후 중국 공안은 김 씨 등의 계좌 추적 결과를 IMIT에 보냈고 IMIT는 다시 국내 피해자와 피해 액수를 특정해 중국에 넘기는 한편 국내 공범을 추적하고 있다.

IMIT에선 하루에도 수차례씩 미국 연방수사국(FBI) 및 국토안보부 수사국(HSI)과 수사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콘퍼런스 콜이 이뤄지고 있다. 중국 공안과 러시아 검찰청에서도 수시로 전화가 걸려와 여기저기서 중국어와 러시아어로 대화를 나누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한다. 1년 2개월여간 450여 건에 이르는 ‘물밑 수사공조’가 IMIT를 통해 진행됐다.

20일 토비스레저그룹 이교성 회장이 미국에서 강제 송환된 데에도 IMIT가 막후 역할을 했다. 이 회장은 2006년부터 3년간 “회원으로 가입하면 골프장 그린피 차액을 보전해 주겠다”고 속여 6800여 명에게서 가입비 명목으로 모두 1350여억 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 회장은 회원들이 2009년 10월 고소장을 내자 곧바로 미국으로 도피했고 검찰은 미국에 범죄인인도청구를 했다.

IMIT의 협력으로 HSI는 올해 1월 이 회장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다는 사실을 파악한 뒤 곧바로 체포했다. 이 과정에서 IMIT는 미국 당국에 시일이 오래 걸리는 범죄인인도청구 대신 미국 내 법령을 위반한 죄를 물어 ‘강제추방’ 절차를 밟도록 요청했다. 이 회장이 체포된 뒤 국내에 송환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3개월로 보통 6개월∼2년이 걸리는 송환 과정을 크게 단축한 셈.

이 밖에 IMIT는 100억 원대 불법대출 및 로비 혐의로 조사를 받다 1998년 미국으로 도피한 최상만 형진건설 사장의 강제송환 절차를 밟고 있다. 최 사장은 1월 미국에서 체포됐다. IMIT는 다단계 판매로 2만여 명에게 1500여억 원의 피해를 입힌 뒤 중국으로 도주한 김모 씨 등의 소재도 중국 공안과 함께 추적 중이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