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發 ‘PF 대출 부실 암세포’ 시중은행으로 전이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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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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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려내나 마나, 도려낸다면 얼마나… 우량은행도 긴장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부실이 금융권과 건설업을 동시에 옥죄고 있다. 저축은행과 건설사 사이에서 ‘우선 나부터 살고 보자’ 식의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게다가 제2금융권만의 문제로 보이던 PF 부실이 암(癌)세포처럼 시중은행으로까지 급속히 전이되는 형국이다.

동반 부실 위기로 확산될 우려가 커지면서 금융당국이 단기적으로 금융권 공황심리를 진정시키고, 장기적으로 환부를 도려내는 건설업체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 건설사 줄도산 공포

14일 금융권과 건설업계에 따르면 12일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를 신청한 삼부토건은 회생절차 철회, 호텔 담보 제공, 대출 만기 연장 등을 놓고 대주단과 재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진통을 겪고 있다.

부도 공포에 휩싸인 것은 삼부토건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들어 4개의 중견 건설사가 잇따라 부실화되자 건설업계의 부도 도미노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제2금융권의 PF 부실이 심각해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다. 건설사 사정을 봐주고 미래를 기약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저축은행들은 하반기 추가 퇴출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위해 만기가 돌아오거나 원리금이 연체되는 사업장에서 주저 없이 자금을 회수하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제2금융권의 지난해 말 PF 대출 잔액은 약 27조8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은행권 PF 잔액 38조7000억 원의 71.8%에 해당한다. 연체율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금융권 전체 PF 연체율은 12.9%였지만 제2금융권은 증권사 29.8%, 저축은행 25.1%, 할부금융 18% 등 금융권 평균을 훌쩍 웃돌았다.

자산이 비교적 우량한 시중은행도 ‘PF 부실’에 긴장하고 있다. A 은행의 여신담당 임원은 “삼부토건은 건설업계에서 양호한 편에 속했기 때문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건 충격적이었다”며 “이처럼 예측하지 못했던 건설사의 부실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일이니 걱정이다”라고 털어놨다.

은행권 PF 부실 징후는 지표로도 확인된다. PF 대출잔액은 줄어들고 있으나 PF 부실채권은 2007년 말 3000억 원에서 작년 말 6조4000억 원으로 21배 이상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전체 부실채권에서 PF 부실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3.9%에서 25.4%까지 증가했다.

○ 금융권-건설사 불신 증폭


벼랑 끝으로 내몰린 저축은행과 건설업계는 살아남기 위해 상대를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고 있는 상황이어서 자칫 공멸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무엇보다 건설업계와 금융권의 신뢰관계가 무너지고 있는 게 문제다. 은행권에서는 건설업계가 쉽사리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는 데 불만이 많다. B 은행의 여신 담당자는 “삼부토건처럼 덜컥 기업회생 신청을 해버리면 은행권에서 신뢰가 깨질 수밖에 없다”며 “금융은 ‘신용’, ‘신뢰’가 생명이기 때문에 한 회사가 도산하더라도 파장은 엄청나다”고 우려했다.

건설사와 채권단은 물론 건설사 사이에서도 갈등이 커지고 있다. 사업 리스크를 함께 나누었던 공동 PF 사업이 오히려 동반 부실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부토건과 공동으로 김포 풍무동사업을 추진하던 한화건설도 14일 “삼부토건의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사업을 단독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히는 등 불똥을 맞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융권에서는 정책의 실패를 탓하는 목소리가 높다. 올해 1월부터 폐지된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을 재입법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지만 금융위와 법무부의 이견 때문에 논의가 지지부진했었다. 지금처럼 저축은행을 비롯한 제2금융권의 여신 비중이 30% 수준까지 늘어난 상태에선 사실상 워크아웃이 실현되기는 힘들다.

PF 제도가 근본적으로 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은 “지급보증에 의존하는 관행을 바꿔야 하고 금융권도 사업성 분석을 통해 지분투자 형식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 당국도 부랴부랴 해결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14일 “만기가 돌아오는 PF를 포함한 전체 실태를 파악해 (원만한) 처리방안을 강구할 것”이라며 “기업들, 특히 건설사의 자금난으로 연결되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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