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화학 ‘100억 비자금’ 조성 정황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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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본사 -협력사 압수수색… “납품가 부풀린 듯”

금호석유화학이 협력업체와 거래하는 과정에서 100억 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단서가 포착돼 검찰이 전격적으로 압수수색을 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 차맹기)는 12일 오전 9시경 서울 종로구 신문로 금호석유화학 본사에 수사관 20여 명을 보내 회계장부 등을 압수했다. 또 서울 강남구 역삼동 S사, 경기 수원시 G사 등 몇몇 협력회사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벌였다.

금호석유화학 본사 압수수색은 22층의 박찬구 회장 부속실과 21∼24층에 있는 회사 전 부서에서 4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이때 박 회장은 용산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세계합성고무생산자협회 총회에 참석하고 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압수수색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직원들이 크게 당황했다”며 “주로 회계팀에 있는 회계장부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압수해 갔다”고 말했다. 수사관들은 오후 1시 반경 상자 13개 분량의 압수물품을 확보해 돌아갔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최근 회계분석팀 직원들을 서울남부지검에 파견해 금호석유화학의 내부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작업을 지원하고 있다.

검찰은 금호석유화학이 협력회사 등에서 납품을 받을 때 비용을 실제 가격보다 높게 지불한 뒤 차액을 돌려받는 방법으로 100억 원가량의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파악했으며 비자금 규모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이날 압수수색이 이뤄진 협력회사 가운데 일부는 과거 금호석유화학의 계열사로 있다가 핵심사업 중심으로 계열사를 정리하면서 계열 분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초기 단계라 비자금 조성 주체에 대해 뭐라 언급하기 어렵다”며 “박 회장 일가의 비자금인지도 아직 확인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금호석유화학 임직원들을 불러 회사 자금 운용과정에 대해 조사할 계획이다.

박 회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 경영권을 둘러싸고 형인 박삼구 명예회장과 갈등을 빚다가 2009년 7월 그룹 화학부문 회장직에서 해임됐다. 하지만 채권단이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분리 경영’하라는 결정을 내려 지난해 3월 경영에 복귀했다. 박찬구 회장은 이달 들어서만 금호석유화학 자사주 7749주를 추가로 취득해 꾸준히 지분을 늘리며 경영권 확보에 나서고 있다.금호석유화학은 자동차와 타이어산업이 호황을 맞으면서 지난해 3635억 원의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냈다.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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