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강원 횡성군 안흥면 소사1리 마을 입구에 돼지 재입식을 반대하는 펼침막이 걸려 있다. 전국 구제역 가축 매몰지 지역에서 소, 돼지 농장의 재입식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횡성=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전국의 축산농가가 심각한 구제역 후유증을 앓고 있다. 씨수퇘지와 송아지 가격이 급등한 데다 매몰지 주변의 주민들이 소 돼지의 재입식(再入殖)에 거세게 반대하고 나서면서 사육 재개가 매우 힘들어진 것. 3일 충남 홍성군의 가축 이동제한 조치가 마지막으로 해제되면서 구제역 사태는 발생 126일 만에 사실상 종식됐지만 축산농가의 ‘대(對)구제역 전쟁’은 여전히 ‘진행형’인 셈이다. ○ 돼지, 젖소 가격 급등
5일 축산업계에 따르면 구제역 이전 50만∼60만 원이던 90∼100kg 씨수퇘지(종돈) 가격은 80만 원을 웃돌고 있다. 이는 구제역 감염으로 많은 양의 종돈이 매몰처분된 데다 최근 재입식을 앞둔 축산농가의 수요가 일시에 몰리면서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 모돈(母豚)과 후보돈(새끼를 배기 직전까지 자란 돼지)도 80만∼100만 원으로 구제역 발생 이전의 2배로 올랐다. 구제역으로 돼지 1700여 마리를 매몰처분한 강원 횡성군 최모 씨(68)는 “보상금 가운데 1차로 지급된 50%를 밀린 사료값과 대출금 상환에 쓰고 나니 수중에 남는 게 없다”며 “주로 후보돈을 재입식하는데 가격이 오르고 구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는 재입식 농가를 위해 매몰처분 보상금 범위 안에서 최대 3억 원까지 3% 이율로 자금을 융자 지원하고 있다.
한국종축개량협회에 따르면 전국 127개 종돈장 가운데 44개소에서 매몰처분이 이뤄졌다. 전체 90만 마리의 종돈 중 28만9000여 마리가 매몰처분된 것. 협회 관계자는 “종돈의 수급 불균형으로 당분간 종돈은 ‘부르는 게 값’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종돈의 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시급히 모돈을 확보해 물량을 늘릴 방침이다. 통상적으로 모돈이 낳는 10∼12마리의 새끼 중 상태가 좋은 암놈 2마리 정도만 모돈으로 활용하지만 앞으로는 4마리 정도를 모돈으로 쓰겠다는 것. 정부 관계자는 “품질이 떨어질 수 있지만 공급량이 달리기 때문에 이렇게라도 하는 것이 시장 안정을 위해 낫다”고 밝혔다.
젖소도 사정은 마찬가지. 젖을 생산할 수 있는 초임 만삭우는 구제역 발생 전 350만∼400만 원 정도에서 최근 100만 원 이상 가격이 올랐다. 젖소는 전국 사육 마릿수 42만9000여 마리 중 8.3%에 해당하는 3만6000마리가 매몰처분됐다. ○ 매몰지 주변 주민 갈등도 심각
구제역 감염으로 매몰처분된 대규모 돼지농장의 재입식을 놓고 농장과 지역 주민들의 대립도 격화되고 있다. 강원 횡성군 안흥면 주민들은 그동안 돼지농장의 분뇨 악취로 고통을 겪었다며 돼지 3만6900여 마리를 매몰처분한 이 지역 모 영농조합의 돼지 재입식을 반대하고 있다. 번영회는 “영농조합이 상수원보호구역 상류에 있는 데다 축산 폐수 유출로 악취가 발생하는 등 주민들이 생활 불편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영농조합 관계자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재입식을 주민이 반대해 난감하다”고 밝혔다.
마을에 1만2000여 마리의 돼지가 매몰된 원주시 소초면 평장리 주민도 “마을 인근 돼지농장의 악취로 고통을 겪었는데 이제는 매몰처분에 따른 침출수 유출을 걱정하고 있다”며 농장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경북 영주시 장수면 주민도 돼지 1만3000여 마리가 매몰처분된 이 지역 ‘세원양돈단지’의 재입식을 반대하고 있다. 이칠호 갈산리 이장은 “수년 동안 악취 때문에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라며 “우리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조만간 항의집회를 가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동시는 주민들이 환경오염을 이유로 재입식을 반대하는 와룡면 서현리 ‘서현양돈단지’의 매입을 추진하고 있다.
횡성=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영주=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 입식(入殖) ::
사육하기 위해 가축을 들여오는 것. 소의 경우 송아지, 돼지는 어린 돼지나 어미돼지를 주로 입식한다. 구제역으로 가축이 도살 처분된 농가가 다시 가축을 들여오는 것을 재입식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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