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총장 감금’ 비난여론에 노조 일단 “출근저지 투쟁 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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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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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학생 “법인화땐 고용불안… 학비 인상 우려”
서울대측 “경쟁력 키우려면 불가피… 감원 안해”

서울대 법인화에 반대하며 지난달 31일 오후부터 1일 새벽까지 총장실 앞 복도를 점거하고 농성을 벌인 교직원과 학생들이 1일 오전에도 대학본부 앞에서 집회를 했다.이 자리에서 이들은 총장의 일방적인 법인화 강행 추진을 규탄했으나 점거 농성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다는 점을 감안한 듯 자세를 낮췄다.

○ 감금, 출근 저지서 대화로 선회

지난달 31일 서울대가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설립준비위원회(설립준비위)’를 구성하자 총장실 앞 복도를 점거하고 농성을 벌였던 서울대 공무원노조 및 대학노조 측은 1일 태도를 선회해 이틀 전부터 계속하던 총장 출근저지 투쟁 포기를 선언했다. 정용철 서울대 공무원노조위원장은 “1일 새벽 총장 측으로부터 ‘앞으로 노조와 충분한 대화를 갖겠다’는 대답을 들었다”며 “총장 출근 저지 투쟁을 더는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학 본부와 노조 간의 대화 정례화와 설립준비위에 노조 측 인사가 참여하거나 노조 측이 추천한 인사를 포함시켜 달라고 요구하던 노조 측이 이처럼 태도를 바꾼 것은 과격한 투쟁 방식에 부정적인 여론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연옥 대학노조 서울대지부장은 “총장과 대화하기 위해 기다렸는데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빠져나가려고 해 막아섰을 뿐 ‘감금’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 설립준비위 노조참여 놓고 갈등

대학노조와 공무원노조 소속 교직원, 총학생회 등은 꾸준히 서울대 법인화 법안에 반대해 왔다. 교직원들은 무엇보다도 공무원에서 법인 직원으로 신분이 바뀌는 데 대한 불안감이 크다. 정 위원장은 “대학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직원에 대해 구조조정을 할 수도 있다. 또 성과에 따라 행정 및 재정 지원을 하겠다는데 직원들은 만성적인 고용불안과 성과를 위한 스트레스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 남익현 기획처장은 “세계적 대학의 경쟁력을 갖추려면 법인화가 꼭 필요하다”면서 “법인 서울대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구성원의 안정성이 중요한 만큼 구조조정 등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직원들의 업무 역량 강화를 위해 SNU행정아카데미를 이미 출범시켰다”고 덧붙였다.

총학생회는 재정 확충의 불안정성으로 등록금이 인상될 수 있다는 문제점 등을 들어 법인화에 반대하고 있다. 총학생회장 지윤 씨(21·여)는 “재정이 어려워지면 돈이 되는 학문만 살아남고 등록금도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남 처장은 “법인화가 되더라도 ‘국립대학법인’인 만큼 학생복지와 기초학문 연구 등 사회적 책무를 다할 것”이라며 “등록금 인상으로 재정을 확충하지 않고 학교 수익 사업을 통해 파격적인 장학제도를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노조는 법인화 법안 자체에 반대하지만 현실적으로 법인화 법안이 통과된 상황에서 설립준비위에까지 참여하지 못하면 더 불리할 수 있어 일단 설립준비위에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 위원장은 “설립준비위에서 정관을 만들기 때문에 교직원 고용기준이나 근로조건도 정하게 된다. 생존이 달린 문제인데 당사자가 제외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설립준비위에 노조 측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인물을 포함시키겠다는 것. 게다가 설립준비위는 그대로 법인 서울대의 초대 이사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향후 법인 서울대에서 주도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도 설립준비위 구성은 중요한 문제가 된다.

그러나 남 처장은 노조 측의 설립준비위 참여에 대해 “설립준비위는 특정 구성원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고 서울대 전체의 발전을 모색하는 곳”이라며 “노조 측의 인사를 포함시키는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허용하지 않을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

○ 대화 길 텄지만 ‘산 넘어 산’

학교와 노조 양측이 모두 대화를 통한 해결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법인화 첫 단추인 설립준비위 구성에서부터 진통을 겪으면서 정관 작성과 법인 초대 이사·감사 선임 등에서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김연옥 대학노조 서울대지부장은 “앞으로 복도를 점거하는 일은 없겠지만 단식투쟁 등의 방식으로 우리 주장을 관철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갑수 공대위 위원장도 “아직까지 실력을 행사한 것이 아니다. 총장실 안을 점거한 것도 아니고 총장실 밖을 장악한 것뿐”이라며 “이대로 법인화가 추진되면 총장실 점거는 물론이고 총파업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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