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천사들의 오디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4일 1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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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안 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3월 24일 동아 뉴스 스테이션입니다.
선천성 난치병 때문에 어려서부터 병마와 싸우는 어린이들이 있습니다. 지난 주말 이 아이들이 노래 오디션을 봤는데요. 무슨 일이 있길래 병상의 아이들이 단체로 오디션을 본 걸까요? 신광영 기자가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

어린이들이 가족들과 함께 강당 안으로 속속 들어섭니다.

휠체어를 탄 아이도 있습니다.

(인터뷰) 김어진
"(지금 기분이 어때요?) 조금 떨리는 느낌이에요."

(인터뷰) 송정인
(정인이 오늘 여기 어떤 일로 왔어요?) 노래 부르러 왔어요.

(현장음) "빨간 옷을 입고~"

오늘은 어린이 합창단 오디션이 있는 날. 그런데 참가 어린이들의 모습이 보통의 아이들과는 조금 달라 보입니다.

이 아이들과 같은 또래인 미국의 일곱 살 소년 크리스는 백혈병 환자였습니다.

경찰관이 되는 게 생애 마지막 소원이었던 크리스는 그 꿈을 이루고 며칠 뒤 하늘나라로 떠났습니다.

30년 전 그 소원을 들어줬던 메이크어위시재단이 이날은 크리스와 같은 처지의 아이들을 위해 합창단 오디션을 엽니다.

무대에 서는 상상을 하며 힘겨운 투병생활을 견뎌온 난치병 어린이들을 모아 합창단을 만들기 위해섭니다.

***
<최지민>
오늘 첫 도전자는 파란 안경을 쓴 지민입니다.

(현장음) "이게 아닌데…"
(인터뷰) 최지민
"막 떨리고 다리도 후들거리고…."

<윤한별>
(인터뷰) 윤한별
"(오늘 잘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잘 모르겠어요."

긴장한 탓인지 심사위원의 눈치를 자꾸 봅니다.

다행히 평소 실력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김어진>

<신재민>
일곱 살 재민이는 아직 가사를 외우는 게 벅찹니다.

<방지원>
다음 차례가 왔는데 아무도 나오지 않습니다.

노래를 불러야 할 지원이가 엄마 곁을 떠나지 못합니다.

사람들 앞에 서기가 무서운 모양입니다.

<이상욱>

<김예은>
(인터뷰) 최인혜 / 김예은 어머니
"저희 아이는 지적장애하고 자폐성 장애도 같이 가지고 있어요."

뇌수종을 앓고 있는 예은이는 노래 부르기를 좋아해 콘서트 무대에 서기도 했습니다.

희귀병 환자인 아버지는 그날 처음 딸의 노래를 들었지만 얼마 뒤 세상을 떴습니다.

<송정인>
첫 음을 너무 높게 잡은 모양입니다.

동생은 대신 불러주고 싶다는 표정.

(인터뷰) 양주영 / 송정인 어머니
"끝나니까 안도감에 긴장도 풀리고 그래서 눈물이 왈칵 나온 거 같아요."

<유아영>

<진연호>
(현장음) 이규원 / 심사위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노래할 때 눈이 좌우로 왔다갔다 해서 집중을 더 해주면 좋을 것 같아요."

(인터뷰) 김숙경 / 진연호 어머니
"부끄럼을 많이 타는 아인데 많은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하고 그걸 듣고 많은 사람이 좋아해주니까….."

<강수진>
걸을 때마다 두 다리를 절뚝이는 수진이.

몸의 근육이 굳어가는 근위축증 때문입니다. 온몸이 마비되면서 호흡까지 어려워져 생명을 잃을 수 있지만 마땅한 치료법이 없습니다. 이 버거운 현실을 수진이는 노래로 버텨왔습니다.

(인터뷰) 강수진
"(평소 연습한 거만큼 나왔어요?) 네 그런 것 같아요." (연습 많이 했어요) 네.

드디어 오디션 결과가 나오는 시간.

(현장음) 윤주희 "여러분이 가진 것을 다 보여주지 못했어요."
(현장음) 권영호 "음악적 성숙을 했을 거라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현 장음) 김관현 "자신감도 없고 음정도 많이 떨어지고 이런 부분들이 다른 친구들보다는 더 있는 친구들이야." "근데 선생님은 성악가거든요. 선생님도 어렸을 때 노래를 되게 못했어. 많이 연습할수록 음정도 좋아지기 때문에 노래는 다 할 수 있다고 봐요. 선생님들이 가르쳐주면 열심히 할 거죠?" "네!"

고비를 넘기고 합창단에 합류하게 된 스무 명의 아이들.

아직은 갈 길이 멀어 보이는 이 초보단원들은 앞으로 유명 가수와 작곡가들의 집중 지도를 받습니다.

작곡가들이 만들어준 노래를 연습해 두 달 뒤 무대에 오르고 음반도 낼 예정입니다.

노래하는 수진이를 보는 아버지의 표정이 왠지 착잡해 보입니다.

(인터뷰) 강대생 / 강수진 아버지
"(노래 듣고 있으면 어떠세요?) 기분이 안 좋아요. 왜냐면 저를 닮아가지고. 아들도 그렇고 딸도 그렇고 다리가 성했으면 자신감이 있을텐데…."

자신의 질병과 장애를 수진이가 그대로 물려받은 겁니다.

(인터뷰) 강수진
"처음에는 무대 올라가는 게 부끄러운데 하고 나면 뭔가 뿌듯하고 좋아요."

오디션을 마치고 딸과 아버지는 같은 걸음걸이로 공연장을 빠져나갑니다.

목발 짚은 연호, 자폐증인 예은이, 앞 못 보는 호현이.

어려서부터 생사를 넘나들며 병마와 싸워왔지만 미소를 잃지 않은 난치병 어린이들.

노래가 있어 살아갈 용기를 갖게 된 이 좌충우돌 합창단원들은 앞으로 어떤 기적을 만들어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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