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폭침 1년/그 후, 지금은]<上>대대적 軍개혁 드라이브 10개 분야 실태 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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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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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겠다던 약속 흐지부지… 치욕-분노 벌써 잊었나

천안함 폭침사건이 발생한 지 1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두 동강 난 천안함의 처참한 모습은 그날의 치욕과 분노를 상기시키지만 이후 군 당국이 뼈를 깎는 각오로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던 국방개혁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동아일보DB
천안함 폭침사건이 발생한 지 1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두 동강 난 천안함의 처참한 모습은 그날의 치욕과 분노를 상기시키지만 이후 군 당국이 뼈를 깎는 각오로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던 국방개혁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동아일보DB
《 “그동안 우리는 북한의 만행에 대해 참고 또 참아왔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질 것이다. 북한은 자신의 행위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며 나는 북한의 책임을 묻기 위해 단호하게 조처해 나가겠다.” 지난해 5월 24일 6·25전쟁 영웅 등 희생자들의 흉상이 전시돼 있는 전쟁기념관 호국추모실. 이명박 대통령은 결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면서 ‘적극적 억제’와 ‘자위권 발동’을 공언했다. 천안함 폭침 1년이 된 지금, 당시의 약속들이 제대로 실행된 사례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군 당국은 전력 증강에는 예산 부족과 도입 절차 등의 문제로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천안함 폭침일을 ‘국군 치욕의 날’로 명명하고 뼈를 깎는 각오로 추진하겠다던 상당수 국방개혁 과제들이 축소되거나 아예 백지화됐다. 이 때문에 군이 천안함 폭침의 교훈을 벌써 망각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천안함 폭침사건 이후 발표된 주요 대책을 10개 분야로 나눠 추진 실태를 진단했다. 》
1. 해군 대잠능력 증강
신형 어뢰탐지기 연말경에나 도입


군 당국은 해군 초계함에 탑재된 구형 음향탐지장비(소나)를 북한 잠수함을 더 빨리 포착할 수 있는 신형 음향탐지장비로 교체하고, 초계함과 구축함에 적의 어뢰를 신속히 찾아내 교란 신호를 보내는 어뢰대항장비(TACM)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연평도와 백령도 인근 수중에 북한 잠수함의 스크루를 원거리에서 탐지할 수 있는 음향센서도 설치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신형 음향탐지장비의 도입은 예산 부족과 기술적 적절성 논란으로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어뢰대항장비와 원거리탐지용 음향센서도 빨라야 연말부터 착수해 2013년까지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2. 서북도서 전력 보강
자주포 증강 빼면 진척속도 더뎌


군은 연평도와 백령도에 신형 대포병 레이더와 고성능 영상장비, 포성을 추적해 적의 위치를 파악하는 음향추적장비(HALO) 등 감시 전력을 대거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또 K-9 자주포를 증강 배치하고 북한의 해안포 갱도진지를 파괴할 수 있는 스파이크 정밀유도미사일 등 각종 타격 전력 보강도 추진했다. 하지만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에야 K-9 자주포를 증강 배치한 것을 빼곤 다른 대책들의 진척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군 당국은 북한 특수작전부대의 서북도서 기습 점령에 대비해 백령도에 500MD 경공격 헬기를 배치했지만 그 대응 능력 등을 놓고도 논란이 분분하다.
3. 한미 연합훈련 강화
中 반발로 장소 바꾸고 횟수도 줄여


한미 양국은 지난해 7월 동해상에서 미 해군의 핵추진 항공모함 등 함정 20여 척과 최신예 F-22(랩터) 등 전투기 200여 대가 참가한 가운데 연합훈련을 실시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서해에서 함정 10여 척이 동원된 연합훈련을 했다. 정부와 군 당국은 북한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확고한 대북 억제력을 대내외에 각인시켰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한국이 미국과 충분한 상의를 거치지 않고 항모가 참여하는 해상훈련 장소를 서해라고 밝혔다가 중국의 강경 대응으로 동해로 변경하는 한편 중국의 반발로 지난해 8월부터 연말까지 10여 차례로 계획됐던 연합훈련 횟수도 크게 줄었다.
4. 교전규칙 강화
머뭇대다 연평포격 뒤 일부 수정


이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대국민 담화를 통해 ‘적극적 억제’와 ‘자위권 발동’을 강조하며 교전규칙 강화를 강력히 시사했다. 김태영 당시 국방부 장관도 군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에 대해 “북한과의 교전규칙 문제를 심각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군 당국의 교전규칙 변경은 ‘검토 사안’에 그쳤고, 지난해 11월 연평도 포격 도발이 있고 난 뒤에야 일부 수정이 이뤄졌다. 특히 연평도 도발 때 공군 전력의 대응 타격이 이뤄지지 않아 논란이 일자 ‘교전규칙과 자위권 행사를 구분해 북한의 도발에는 자위권 차원에서 위협 근원을 없앨 때까지 충분히 응징한다’는 방침이 나왔다.
5. 서해 합동군사령부 신설
각군 이해 얽혀 기능-규모 축소


정부와 군은 천안함 폭침 당시 드러난 허술한 협조 체제를 보완하고 3군 합동성을 강화하기 위해 서해지역에 합동군사령부를 창설하겠다고 밝혔다. 3군 전력을 단일 지휘체계로 효율적으로 통합 운영해 북한의 도발 시 즉각 보복 응징에 나서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방개혁 307’ 계획에 따르면 합동군사령부로 추진된 ‘서북해역사령부’는 각 군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해병대사령부를 모체로 육해공 참모조직만 갖춘 ‘서북도서방위사령부’로 축소됐다. 규모도 기존 해병대 병력(4200여 명)에 1개 연대(2000명)를 보강하는 선에 그쳤다.
6. 軍 상부지휘구조 개편
“육군 독식”… 합동군사령관 백지화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도발 이후 정부는 군정(軍政·인사 군수 등 부대관리)과 군령(軍令·작전지휘 총괄)의 이원화를 해소하고 3군 합동성을 강화하기 위해 합참의장과 별개로 합동군사령관(대장급)을 신설하는 계획을 추진했다. 하지만 이 계획은 위헌 논란의 소지가 있는 데다 육군이 합동군사령관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에 해·공군이 강력 반발하면서 사실상 백지화됐다. 대신 합참의장이 합동군사령관을 겸직하면서 군령권과 함께 작전지휘와 관련된 인사권 등 일부 군정권도 행사하고, 각 군 참모총장이 각 군 작전사령관을 겸임해 작전부대와 직할부대를 지휘하도록 했다.
7. 軍 위기대응체계 정비
야간-긴급상황 전파시스템 개선


천안함 폭침사건 당시 군 수뇌부에 대한 늑장 보고와 허술한 상황 전파 실태를 개선하기 위해 군 당국은 지휘·보고체계 전반을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반적인 조직개편과 함께 추진한다는 방침 탓에 최근에야 구체적 조치가 이뤄졌다. 합참은 최근 초기 상황 전파 임무를 맡은 지휘통제실의 요원을 정예화하고 인력도 20명에서 32명으로 늘렸다. 근무체제도 4개 팀별 주야간 교대근무로 강화했다. 합참의장은 북의 전파 교란에도 끄떡없는 첨단 위성전화를 24시간 휴대한다. 1월엔 합참 작전본부가 인사 군수 등 지원임무를 군사지원본부로 넘기고 작전임무에만 전념하도록 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8. 대북 심리전 재개
北 ‘타격’ 협박에 확성기 방송 안해


국방부는 지난해 5월 24일 천안함 폭침 대응조치를 발표하면서 대북 전단(삐라) 살포와 비무장지대(DMZ) 인근에서의 확성기 방송, 전광판 설치 등 대북 심리전을 재개하겠다고 발표했다. 대북 심리전은 2004년 6월 남북 장성급회담 합의에 따라 중단된 상태였다. 국방부는 북한의 연평도 도발 이후 약 300만 장의 전단을 북한에 살포했고, 지난달부터 최근까지 일용품과 의료품도 북한 지역에 날려 보냈다. 생필품 살포는 2000년 4월 이후 11년 만에 재개됐다. 그러나 대북 확성기는 설치해 놓고도 북한의 조준 타격 위협에 따른 충돌 우려로 방송을 하지 않았고, 전광판 설치도 같은 이유로 취소했다.
9. 主敵개념 부활
“굳이 필요한가” 국방백서 명시 안해


천안함 사건 이후 2004년부터 국방백서에서 삭제됐던 ‘주적’ 개념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게 일었다. 이 대통령도 “군이 지난 10년 동안 주적 개념을 정립하지 못했다”면서 주적 개념 부활에 힘을 실었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도 지난해 12월 “(주적 개념을) 국방백서에 넣을지 재판단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주적 개념은 2010년 국방백서에 실리지 않았다. 군 당국은 내부적으로 이미 북한군을 주적으로 표기하고 있고 대외적으로도 북한군을 적으로 표현하고 있어 굳이 명기할 필요가 없었다고 설명했지만 향후 남북관계를 고려한 정치적 판단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10. 장병 대적관 강화
신병훈련 8주로… 정신교육도 늘려


군 당국은 교육훈련과 정신교육을 강화해 장병들의 대적관을 확립하고 싸워 이기는 ‘전투형 강군’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대북 유화정책 탓에 군 장병들의 정신교육에 혼란이 초래됐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군 당국은 올해부터 병사들이 자대 배치 후 즉시 임무수행이 가능하도록 신병교육 훈련기간을 5주에서 8주로 연장하고 유격훈련과 각개전투, 사격술 등 핵심 교육과정의 훈련 강도도 높였다. 육군훈련소를 비롯한 각 군의 정신교육도 기존 25시간에서 30시간으로 확대하고, 대적관 결의대회도 신설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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