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를 읽고/성낙문]소득 따른 교통범칙금 차등화 일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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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범칙금을 소득과 재산에 따라 부과하는 차등교통범칙금과 관련한 동아일보 2월 23일자 시론에 대해 다른 의견을 가진 전문가도 적지 않다. 필자도 그중 한 명이다.

현행 일률적인 교통범칙금은 벤츠 운전자보다 픽업트럭 운전자에게 부담이 훨씬 크다. 이런 부담의 차이는 교통법규 준수율의 차이로 나타난다. 2009년 교통단속 건수(1380만 건)를 자동차 1000대당 단속 건수로 환산하면 승용차는 792건, 트럭은 554건으로 생계형 트럭의 단속 건수는 승용차의 69.5% 수준이다.

2009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시속 200km 이상 과속하다 단속에 걸린 자동차 중 80.4%가 고급 외제차였다. 법규 위반과 경제적 지위는 분명 연계가 있으며 현행 5만∼10만 원의 교통범칙금은 난폭 또는 과속운전 의지를 꺾는 데 큰 힘을 발휘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교통범칙금을 재산과 소득에 따라 차등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개인의 근로의욕을 떨어뜨리고 시장경제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스위스와 독일, 프랑스, 북유럽 국가들은 유사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스위스에서는 재산과 소득에 따라 교통범칙금을 최대 11억 원까지 부과할 수 있고, 지난해 과속운전을 한 백만장자에게 3억3000만 원짜리 범칙금을 부과해 화제가 됐다. 이들 국가는 시장경제 체제가 유지되고 근로의욕도 높다.

차등교통범칙금 부과 제도가 정착되면 교통사고율을 떨어뜨리는 데도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위에서 언급한 국가들의 교통사고율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 제도를 큰 틀에서 볼 필요가 있다.

성낙문 한국교통연구원 도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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