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84세 할아버지의 박사 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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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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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신형 옹, 동의대 대학원 중어중문학 입학
환갑 넘긴후 공부에 전념… “배움엔 끝 없는 법”

올해 동의대 대학원 중어중문학과 박사과정을 밟는 함신형 씨(84·사진)는 동의대 사상 최고령 입학생. 1927년생인 그는 일제강점기와 광복, 6·25전쟁 등 격변의 시대에서 자녀 4명을 키우느라 대학 진학은 엄두도 못 냈다. 농사와 행상 등으로 가계를 꾸렸다. 환갑이 돼서야 마음 놓고 공부에 전념했다. 5년가량 중국어, 영어, 독일어 등 7개 언어를 독학했다. 일본어 실력은 부산 수영구와 서구 등에서 자원봉사 강사를 할 만큼 수준급이다.

제대로 된 공부를 해야겠다고 결심한 그는 칠순을 넘긴 1998년에 한국방송통신대 중어중문학과에 입학했다. 76세 때인 2003년에는 동의대 대학원 중어중문학과 석사과정에 진학했다. 과제를 작성하려고 컴퓨터를 독학으로 배웠다. 손가락이 많이 굳었지만 두 손가락으로 키보드를 치는 ‘독수리 타법’이 아니라 열 손가락 모두 사용한다. 몇 차례 박사과정에 실패했지만 올해 캠퍼스를 다시 거닐게 됐다. 지도교수인 김태관 교수는 “밤을 새우는지 모르지만 과제를 내주면 어떻게 해서든 틀림없이 다 해 오는 학생”이라고 칭찬했다.

아침마다 10km를 달릴 만큼 건강한 체력을 자랑하는 그는 “힘들게 얻은 기회라 박사과정 합격 자체가 기쁘다”며 “하면 할수록 재미있는 게 공부고, 책을 보다 잠드는 것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는 “교양과 인격 도야, 내 욕심으로 시작한 공부지만 이제는 꿈도 생겼다”며 “내 배움을 필요로 하는 곳에 도움을 주고 싶고 산문도 쓰고 싶다”고 앞으로 포부를 밝혔다. 또 “시간을 헛되게 보내지 말고 부지런히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학생의 본분인 공부가 재미있을 때까지 공부에 매진하라”고 후배들에게 당부했다.

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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