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읽고 싶은 책, 아무때나 가져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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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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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죽곡농민열린도서관, 7년째 24시간 무인 운영

7년째 양심 무인도서관으로 운영하고 있는 죽곡농민열린도서관은 1년에 12차례 사회저명인사들을 불러 농민 인문학 강좌를 열고 있다. 죽곡농민열린도서관 제공
7년째 양심 무인도서관으로 운영하고 있는 죽곡농민열린도서관은 1년에 12차례 사회저명인사들을 불러 농민 인문학 강좌를 열고 있다. 죽곡농민열린도서관 제공
1일 전남 곡성군 죽곡면의 한 2층 건물. 76m²(약 23평) 넓이의 내부에 책 1만여 권이 빼곡히 꽂혀 있다. 김본이 양(13·초교 6) 등 초중학생 서너 명이 독서를 하다 아무 절차 없이 책을 빌려갔다. 김 양은 “도서관이 유일한 놀이공간이고 마음이 편해 매일 찾는다”고 말했다.

이곳 시골마을의 유일한 문화시설인 죽곡농민열린도서관의 모습이다. 관리인이 없고 대출 절차도 없이 책을 빌려 양심에 따라 반납하는 무인 도서관이다. 7년째 24시간 운영되고 빌려간 책의 99% 이상이 반납되고 있는 이 도서관은 주민 2000명 모두가 주인이다.

죽곡농민열린도서관은 2004년 7월경 죽곡농민회 사무실 자리에 들어섰다. 농민회 회원 30여 명은 문화시설이 전무한 농촌 상황을 고려해 기꺼이 사무실을 도서관으로 내주고 책 2000권까지 마련해줬다. 이후 주민들이 8000권을 기증했다. 농민 이균열 씨(47)는 “주민들이 앞다퉈 책을 기증했는데 일부는 일제강점기 교과서까지 가지고 왔다”며 빙그레 웃었다.

지난해부터 죽곡면 농민회, 청년회, 새마을지도자회 등 18개 단체 대표가 두 달에 한 번씩 모여 도서관 운영회의를 하고 있다. 지난해 도서관 운영비 30% 이상은 주민 성금으로 충당했다. 또 학생들이나 경찰관, 주민 등이 도서관에서 책 정리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죽곡농민열린도서관은 청소년 공부방, 학원, 지역문화 중심체 역할 등도 하고 있다. 여름과 겨울철 농한기에 농민 인문학 강좌를 12차례 연다. 또 학생들을 데리고 현장체험도 나간다. 소문이 퍼져 광주 등 대도시 가족단위 독서객도 찾고 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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