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업계 “印尼 특사단 숙소 침입사건 이상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23일 06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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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특사가 일반객실 묵고 특별 보안조치도 없어
롯데호텔 "별도요청 없으면 경호 제공 안해"

16일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이 묵고 있던 호텔 객실에 괴한들이 침입한 사건에 대해 특급호텔 관계자들은 "이상한 점이 많다"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23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한 국가의 VIP급 인사가 묵는 호텔은 당연히 보안조치를 최고 수준으로 강화한다.

강남의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이번처럼 특사급 손님이 묵을 경우 대사관 측과의 사전 협의를 통해 해당 투숙객이 어떤 일정으로 움직이는지 동선과 시간을 확인하고 보안요원들을 해당 층에 미리 배치한다"고 말했다.

이 호텔은 또 VIP 투숙 기간에는 로비 경비를 강화해 객실 카드가 없이 VIP가 묵는 층으로 올라가는 사람은 객실 번호와 이름을 반드시 확인하고, 폐쇄회로(CC)TV감시 직원이 24시간 객실과 VIP의 움직임을 감시해 수시로 보안요원과 연락을 주고받는다.

호텔별로 세세한 부분의 차이가 있지만, 대개 이 정도는 '기본'에 속한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롯데호텔 측은 출입 통제 등을 위해 따로 보안팀을 배치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객실이 1120개에 달하는 롯데호텔에 묵으면서 가장 낮은 등급에 속하는 디럭스룸을 이용한 것도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다.

강북 도심권의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이번처럼 대통령을 방문할 특사단이라면 최소한 스위트룸급 이상을 배정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이는 의전과도 관련이 있고, 고급 객실이 보안조치를 강화하기 쉽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호텔업계는 지난해 서울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때도 헤르만 반롬푀이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등을 영접하는 등 VIP 행사에 잔뼈가 굵은 롯데호텔 측이 이렇게 조치한 것에 대해 의아하게 여기는 분위기다.

설령 해당 투숙객이 눈에 띄는 것을 우려해 일부러 낮은 등급의 방을 잡고 별다른 보안 강화 요청을 하지 않더라도, VIP급 손님에게는 '보이지 않는 경호'를 제공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롯데호텔 관계자는 "일부러 경호하지 않은 것은 아니고, 요청을 하면 경호를 제공하는데 (국빈급들은) 이를 싫어하는 경우가 많다"며 "자기네 행동을 감시 한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책임소재도 불분명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국빈 행사를 하면 방문 인사를 A부터 E등급까지 5개로 나눈다"며 "이번 특사단에 총 35개의 객실을 배정했는데, 사고가 난 방에 묵고 있던 일행은 C등급 밑이어서 디럭스룸에 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건의 의문점을 해결할 실마리가 바로 '자물쇠'에 있다는 주장도 있다.

괴한들은 침입 후 특사단에 적발되기까지 단 6분이 걸렸는데, 이 짧은 시간에 호텔 방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가 노트북을 훔쳤다기보다는 모든 객실의 문을 열 수 있는 '마스터키'를 복제해 '제 방 드나들듯이' 침입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다.

일각에서는 객실 문을 여는 데 호텔 직원이 협조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데 호텔업계 관계자들은 사건이 일어난 방의 카드형 자물쇠를 분석하면 범행의 윤곽이 드러나지 않겠느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모 특급호텔의 보안관계자는 "요즘 특급호텔에서 많이 쓰는 카드형 자물쇠는 대개 방당 100회, 약 2개월 동안은 어떤 열쇠를 써서 열었는지 쉽게 추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롯데호텔 측은 "방문에 손상된 흔적이 없는 것으로 봐서 억지로 열고 들어간 것은 아닌 것 같다"며 "우리 호텔의 자물쇠는 체크인, 체크아웃 정도만 기록되고 매번 출입한 시간이 남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보안 조치를 강화한 호텔도 있다.

그랜드앰배서더호텔은 이 사건 발생 직후 보안요원의 호텔 순찰시간을 이전의 1시간 간격에서 30분에 한 번으로 늘렸다.

코트야드 메리어트 호텔은 CCTV 24시간 감시인원을 늘렸고, 찍힌 화면을 뚜렷이 알아볼 수 있도록 카메라의 이동센서 감도를 최고 수준으로 설정했으며 보안요원 1명이 3~4번씩 돌던 순찰 횟수를 두 배로 늘렸다.

세종호텔은 보안요원의 호텔 순찰을 강화하는 한편 통제실에 24시간 CCTV 감시 전담 요원을 새로 배치했고, 웨스틴조선호텔은 객실 개보수에 맞춰 CCTV를 멀리서도얼굴을 알아볼 수 있는 HD급 고화질 제품으로 바꿨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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