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제일모직에 130억 배상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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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주주대표 승소 판결
“에버랜드CB 인수 못하게 해 회사에 손해끼친 민사상 책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그룹 계열사인 제일모직에 130억 원을 배상하게 됐다. 대구지법 김천지원 민사합의부(부장판사 최월영)는 17일 제일모직 주주대표들이 이 회장 등 제일모직 이사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이 회장은 130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주주대표들은 제일모직이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인수를 포기해 손해를 입었다며 2006년 4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이 회장은 자녀들에게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이전하려는 목적으로 제일모직으로 하여금 전환사채를 인수하지 않도록 해 업무상 배임에 해당하는 행위를 했다고 보인다”며 손해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이어 재판부는 “전환사채는 이 회장이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등에게 조세를 피하면서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이전하려는 목적으로 발행됐다고 볼 수 있다”며 “발행 후 즉시 전환이 가능하도록 해 사실상 신주발행과 동일했는데도 전환가격은 발행 전 주식 가치보다 훨씬 저평가된 금액으로 정했다”고 덧붙였다.

주주들은 전환사채 발행 전후 에버랜드 주식 가치의 차액에 보유 주식수를 곱한 137억 원을 청구했으나 재판부는 발행 후 주식 가치를 주당 7만9000원으로 보아 손해액을 약 130억 원으로 인정했다.

1996년 에버랜드 경영권 편법 승계 의혹으로 시작된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형사사건은 2009년 이 회장이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헐값에 발행한 혐의에 대해 무죄확정 판결을 받으며 마무리됐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는 2006년 4월 ‘이 회장 등으로 인해 1996년 제일모직이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인수를 포기하게 돼 회사에 손해가 있었던 만큼 회사에 배상하라’며 민사상 책임을 묻기 위한 주주대표 소송을 냈다. 이 소송은 ‘삼성 경영권 불법승계 사건’의 주요 혐의가 형사재판에서 대부분 무죄 판결이 나온 데다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청구권 소멸시효가 지난 상황이어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유일한 소송으로 볼 수 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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