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기업형 선단 불법조업 단속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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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前여수해경서장, 선주 전화받고 현장에 무마 지시
차명계좌 통해 27차례 걸쳐 4500만원 받은 혐의 구속

지난해 11월 25일 전남 여수시와 경남 남해군 중간 해역. 경남 통영 선적 선단이 조업구역을 벗어나 불법으로 멸치를 잡고 있었다. 여수해역은 2년 전부터 멸치 떼가 풍어를 이뤄 경남과 전남지역 기업형 선단이 생계형 소형어선 조업구역을 자주 침범했다. 조업구역은 일반적으로 배의 크기와 어구에 따라 큰 배는 먼바다, 작은 배는 연안으로 나뉜다.

여수해경 경비함이 불법 조업 선단을 발견한 뒤 접근했다. 하지만 이 선단의 선주 김모 씨가 누군가에게 휴대전화를 걸자 이 경비함은 “불법조업을 하고 있으니 중단하라”고 경고방송을 하며 주변을 뱅뱅 맴돌았다. 단속은 하지 않고 속칭 ‘밀어내기’만 한 것이다.

경비함이 불법조업 선단을 보고도 단속하지 않은 것은 선주가 강모 당시 여수해양경찰서장(58)에게 단속을 하지 말도록 부탁했기 때문이다. 강 전 서장은 선주의 부탁전화를 받고 경비함장 J 경위에게 전화를 걸어 “단속을 하지 말고 경고방송을 하며 밀어내라”고 지시했다. 그는 앞서 나흘 전에도 같은 지시를 했다.

강 전 서장이 부당한 명령을 한 것은 기업형 선단 선주들로부터 단속을 대비한 ‘사전 보험금’ 성격의 뇌물을 받았기 때문이다. 강 전 서장은 지난해 1월부터 여수해경 서장으로 부임한 뒤 주변 사람들을 통해 통영과 여수지역 기업형 선단 선주들을 소개받았다. 지난해 4월 23일부터 12월 31일까지 선주 10여 명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내가 불러준 차명계좌 2곳으로 용돈을 송금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그는 불법조업 단속 무마용으로 27차례에 걸쳐 4500만 원을 받았다.

▶본보 12일자 A16면 참조
불법조업 무마 여수해경서장 긴급 체포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16일 강 전 서장을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구속한 뒤 관련 자료를 분석하고 있다. 검찰은 특히 강 전 서장이 썼던 차명계좌들에 남아있는 뇌물 공여자나 송금 시기, 뇌물 목적 등을 분석해 앞으로 수사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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