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못 채운 서울 자율고 설문해보니… 정부와 엇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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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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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곳중 10곳 “과다지정 탓”… 정부는 “2년내 100곳 개교”

자율형사립고인 서울 성북구 안암동 용문고는 16, 17일 신입생 추가모집을 앞두고 모든 교사가 중학교를 돌며 홍보에 나섰다. 용문고는 1∼3일 원서접수 결과 서울지역 26개 자율고 중 가장 낮은 경쟁률인 0.18 대 1(일반전형)을 기록해 356명을 추가모집해야 한다. 진경문 교감은 “학교가 죽느냐 사느냐 기로에 놓여 모든 교사가 홍보에 나섰다”며 “추가모집을 해도 정원을 채우지는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2011학년도 전국 51개 자율고 신입생 원서접수 결과 14곳이 미달됐다. 전국 평균 경쟁률은 1.5 대 1로 지난해(2.5 대 1)보다 급락했다. 특히 서울의 미달 학교는 12곳이다. 이 학교들은 추가모집을 위해 입학홍보부는 물론 전 교사가 중학교를 돌며 ‘찾아가는 입학설명회’를 여는 등 신입생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교육전문가들은 “1677명을 뽑는 (서울지역) 추가모집에서도 대부분 또 미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임성호 ㈜하늘교육 기획이사는 “강남구에 있는 현대고와 추가모집 인원이 41명인 이대부고를 제외하면 지원자들이 자율고에 큰 매력을 못 느낄 것”이라며 “자율고에 지원할 학생 수는 변함이 없는데 공급이 너무 많았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가 서울지역 미달 자율고 12곳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조사를 한 결과 10곳(83%)이 ‘수급 불균형’을 문제 삼았다. 경문고 최원선 입학홍보부장은 “지원자 수는 지난해와 올해가 비슷한데 자율고 수는 늘어난 탓”이라며 “내신 50% 이내 학생이 전부 지원한다는 보장도 없다”고 말했다. 숭문고 김주현 교사도 “자율고가 지난해보다 두 배나 늘었다”며 “특히 남고(19곳)가 많다 보니 남학생 정원 미달이 심각하다”고 했다.

수급 불균형은 지난해와 올해 자율고와 외고 지원자 수를 비교할 때 더욱 극명해진다. 서울지역의 지난해 자율고 지원자는 1만2083명, 외고는 6902명으로 총 1만8985명이었고 올해는 자율고 1만5013명, 외고는 2913명으로 총 1만7926명이었다. 지난해와 올해 두 학교 지원자 총수는 큰 변화가 없다.

자율고 지원자격은 내신 상위 50%지만 대개 30% 내외가 지원하고 외고는 지난해(10∼20%권)보다 영어내신이 강화돼 올해는 4% 내외가 지원했다. 서울지역 중3(12만여 명) 중 내신 상위 20%가 두 학교에 모두 지원한다고 가정해도 수요는 2만4000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임 이사는 “일반고보다 3배가량 비싼 등록금을 감당할 수 있는 학생층은 10%대(1만2000명)”라고 말했다.

교육계에서는 “2012년까지 자율고 100개를 개교하겠다는 정부 계획은 터무니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율고 확대는 교육과학기술부의 ‘고교 다양화 300’의 핵심으로 내년 30개, 2012년 40개를 추가 지정해 2012년까지 100곳 개교를 목표로 한다. 교과부는 “자율고는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 중 교과이수단위의 50% 이상만 충족하면 나머지는 자체 편성할 수 있어 성적 위주 대학입시를 지양하는 현 정부 정책과 맞는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계획과 달리 자율고는 지원자에게 ‘대입 맞춤식 교육과정을 운영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자율고들이 홍보할 때도 입시에 주안점을 둔다. 장훈고 관계자는 “중학교 방문 시 입시 위주 교육과정을 가장 강조한다”며 “다른 학교에 비해 3단위를 추가해 국영수에 역점을 둔다”고 말했다.

자율고가 엘리트 교육을 기대하는 수요자들의 요구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 등 대도시는 추첨으로 신입생을 모집하도록 해 우수 학생이 몰리기 힘들다. 대입 때 일반고보다 내신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다.

우신고 이순국 입학담당부장은 “자율고 수가 과도해 내년에도 지원 미달 사태는 불 보듯 뻔하다”며 “정부가 환경 개선이 필요한 학교 위주로 지원·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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