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산시 인근에서 구조된 야생 수리부엉이 두 마리에게서 고병원성(H5N1형) 조류인플루엔자(AI)가 검출됐다. 7일 전북 익산시의 야생 청둥오리 분변에서 AI가 검출된 데 이어 두 번째다. 철새 등 야생조류의 AI가 자칫 닭, 오리 등 가금류에 전염될 경우 전국적 AI 발생 사태로 번질 수 있어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달 서산시 부석면 창리 야산 및 인근 천수만 해안가에서 각각 구조된 야생 수리부엉이 두 마리에 대한 정밀검사 결과 두 마리 모두에서 고병원성 AI를 검출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들 부엉이는 각각 지난달 26일과 29일 주민의 신고로 구조돼 충남 야생동물구조센터로 옮겨졌지만 연달아 폐사했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수리부엉이가 발견된 야산 및 천수만 주변에 대해 긴급 소독 작업을 벌였다. ▼ 철새도래지서 발생… 전국 확산 우려 방역 비상 ▼
또 반경 10km 이내를 관리지역으로 설정해 닭, 오리, 메추리 사육농가에 대한 차단방역을 실시하고 가축과 차량, 사람 등에
대해서도 이동통제 조치를 내렸다. 이 지역 주변 10km 안에는 6개 농가가 닭과 메추리 29만8000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서산시 관계자는 “가금류 사육 농가에 소독약품 1000kg을 공급하고 광역살포기와 소독차량을 지원해 자체 소독과 차단 방역을
진행하고 있다”며 “야생조류에서 확인된 AI가 주변의 닭, 오리 농가로 퍼질 위험을 줄이기 위해 천수만 일대 철새 탐조 투어도
중단시켰다”고 말했다.
특히 이 지역은 겨울 철새가 많이 모여드는 철새도래지여서 전국 각지에 AI가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서산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방역당국은 수리부엉이를 구조했던 관련자들에게도 2주 이상의 이동제한
조치를 내렸다. 또 이들이 닭, 오리 농장을 방문했는지에 대해서도 역학 조사를 벌이고 있다.
농식품부는 “야생조류가
옮겨온 AI가 가금류로 번질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앞으로 가금류 사육 농가에 대한 검사를 더욱 강화해 AI 청정국 지위를
유지하는 데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2008년 6월 이후 AI가 발생하지 않아 세계동물보건기구(OIE)로부터 AI
청정국 지위를 얻었다. 야생조류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하더라도 가금류에서 AI가 발생하지 않으면 닭, 오리 등의 수출에는
지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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