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윈윈 리모델링'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9일 03시 00분


학생은 전공 활용력 UP!, 상점은 무료로 시설 UP!

대경대 VMD과 학생들이 8일 한 달 동안 작업한 끝에 완성한 ‘사랑을 파는 가게-4호
점’의 실내 인테리어를 점검하고 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대경대 VMD과 학생들이 8일 한 달 동안 작업한 끝에 완성한 ‘사랑을 파는 가게-4호 점’의 실내 인테리어를 점검하고 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가게에 들어서는 단골손님들이 분위기가 너무 좋아졌다면서 많이 놀라세요. 이제야 가게에 맞는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고….” 대구 중구 남산동에서 연주복(공연무대복) 제조 대여점 ‘제이스’를 운영하는 김호식(48) 소순남(42) 부부는 8일 “대경대 학생들이 정말 고생 많이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10여 년 전부터 이 가게를 운영해온 김 씨 부부는 “칙칙했던 실내가 온화하고 편리하게 변신했다”며 좋아했다. 이날 부부는 ‘사랑을 파는 가게-4호점’ 행사를 학생들과 함께 열었다.

대경대 VMD와 학생 40명은 올해 3월 전공을 살려 소상공인을 돕자는 뜻을 모았다. VMD는 ‘비주얼 머천다이징’(시각적 상품화 기획)이라는 뜻의 영문 약자. 가게 등의 공간을 상품에 맞게 디자인해 고객 만족을 높이는 것으로 이런 학과 이름을 쓰는 곳은 대경대가 유일하다.

학생들은 학교 홈페이지에서 ‘사랑을 파는 가게’ 프로그램을 알리자 대구 경북지역 88개 소규모 상점에서 신청했다. 교수와 학생들은 이 가운데 10곳을 선정했다. 학생들이 직접 공사를 하는 만큼 공사 규모가 너무 크지 않고 리모델링을 하면 매출이 늘어날 수 있는 16m²(5평)∼66m²(20평) 크기의 가게를 기준으로 삼았다.

학생들이 설계와 디자인, 공사를 직접 하면서 리모델링을 끝내는 데 걸리는 시간은 한 달 정도. 기존 구조물을 뜯어내고 공사를 하는 데는 재료비 등으로 500만 원 정도를 들였다. 비용은 학교 측이 부담하는 데 이 정도 공사를 전문업체에 맡길 경우 2000만 원가량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올해 5월 ‘사랑을 파는 가게-1호점’이 탄생했다.

1호점이 된 최경진 씨(42·경북 경산시 정평동 포도나무어린이도서관)는 “꼼꼼하게 리모델링하는 학생들의 솜씨에 놀랐다”며 “아이들이 이전보다 훨씬 쾌적한 환경에서 책을 볼 수 있어 어린이 손님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2호점은 7월 대구 약전골목에 있는 예담죽집, 3호점은 대구 서구 상리동에 있는 미용실이 사랑을 파는 가게로 다시 태어났다.

소규모 상점 리모델링은 단순한 봉사가 아니라 ‘살아있는 현장교육을 한다’는 학과 교육방침을 실천하려는 것이다. 2학년 김보민 씨(21·여)는 “밤을 새우다시피 하며 공사를 하는 날이 많아 정말 힘들기도 했지만 이제 어떤 일을 하더라도 반드시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며 “덕분에 전공실력도 늘어 취업에도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내년 상반기까지 사랑을 파는 가게 10호점을 완성하겠다며 의욕을 보이고 있다. 학생들과 함께 부대끼며 리모델링 작업을 한 이 학과 이주영 교수(46·여)는 “강의실에서 배우는 전공이 실제 어떻게 활용되고 어떤 성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체험한 것도 소중한 성과”라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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