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자치구들 도넘은 관할 싸움 ‘한지붕 다른 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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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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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빌딩 1층~11층은 ‘종로구’ 12층~20층은 ‘중구’

서울 도봉구 쌍문1동에 사는 주부 김연선 씨(32)는 “어디 사느냐”는 질문에 항상 두 가지로 답변한다. 하나는 행정구역상 지역인 ‘쌍문동’. 다른 하나는 강북구인 ‘우이동 근처’라는 대답이다. 김 씨의 집이 우이동과 쌍문동 경계선에 걸쳐 있기 때문이다.

집 위치 설명보다 더 번거로운 것은 주민등록등본 같은 민원서류를 뗄 때다. 집에서 비교적 가까운 강북구청을 두고 훨씬 먼 도봉구청으로 가야 한다.

○ 같은 건물에 주소만 3개

김 씨처럼 경계선에 걸쳐 사는 주민들은 생활 불편을 없애기 위해 강북구 우이동으로 행정 주소를 변경해줄 것을 요구해왔다. 두 구청과 서울시는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한 지 7년 만에 최근 결론을 냈다. 행정안전부가 이달 초 ‘서울특별시 강북구 등 4개 자치구의 관할구역 경계 변경에 대한 규정’을 만들어 이런 불편을 겪던주민들의 주소를 ‘도봉구 쌍문동’에서 ‘강북구 우이동’으로 바꾸겠다고 했기 때문. 7년이나 미뤄진 것은 구 면적이나 인구, 세입 등이 줄어드는 탓에 도봉구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한 건물이 두 개 구에 걸치는 바람에 두 개 이상의 주소를 사용하는 경우는 모두 9곳이다. 가장 오래된 곳은 ‘광화문빌딩’으로 나타났다. ‘동화면세점’으로 알려진 이 건물은 종로구 신문로1가 150번지, 종로구 세종로 211번지, 중구 태평로1가 68번지 등 주소만 3개로 나뉘었다. 이렇게 지낸 지 벌써 18년째. 총 20층 건물 중 1층부터 11층까지는 종로구에서, 12층부터 20층까지는 중구에서 관할하고 있다. 이 건물에서 나오는 재산세를 종로구와 중구 중 어느 자치구도 포기할 수 없는 상황 때문이다. 종로구와 중구는 18년째 이 건물 재산세를 66%, 34%씩 나눠 거두고 있다.

충암초등학교는 학교 건물 절반 중 왼쪽은 은평구, 오른쪽은 서대문구가 각각 관할 기관이다.

○ “이미지 때문에…” 관악구는 찬밥

자치구 경계조정 대상 지역 대부분은 아파트 단지로 전체 9곳 중 7곳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은 재개발 재건축으로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자치구 경계 지역에 들어서면서 분쟁이 시작됐다. 중구 신당동 845번지 한진그랑빌아파트는 11년째 중구와 성동구가 대치 중이다. 단지 내 4개 동 중 1개 동과 상가 1개 동은 성동구 하왕십리동을 주소로 쓴다. 1999년 처음 논의가 시작된 이래 중구와 성동구는 해당 아파트 단지 전체를 각각 자신의 지역으로 편입시키려는 주장을 펼쳤다. 10년 만인 지난해 ‘경계조정 실무협의회’가 열렸고 ‘성동구 주민들’ 대다수가 행정구역을 중구로 옮기길 희망했다. 그러나 성동구에서 “한번 땅을 내주면 향후 유사한 민원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강하게 반대했다. 이 때문에 해당 주민들은 성동구 마크가 찍힌 쓰레기봉투를 사서 ‘성동구 쓰레기 수거통’이라고 적힌 지정 쓰레기통에만 쓰레기를 버려야 한다.

관악구 봉천동 현대아파트는 26개 동 중 4개 동이 동작구 상도5동으로 행정구역이 나뉘어 있다. 그런데 동작구 소속 4개 동 주민들은 관악구 편입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관악구로 편입되면 아파트 시세가 떨어질 것을 우려하는 주민이 많다”고 말했다.

○ 서울시, “해결해주고 싶지만…”


1995년 자치구 간 경계변경이 시작된 이래 15년 동안 해결된 건수는 단 7차례뿐이다. 주소 정리가 해결되지 못하는 것은 대부분의 자치구가 취득, 등록세와 주민세 등 보장된 세수를 놓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현재 자치구 간 경계조정이 필요한 9곳 모두 논의가 중단되거나 보류됐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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