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뭉클하구나, 마음으로 만난 세상은… 시각장애인 10인 사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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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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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기초부터 6개월 연습… “초점 안 맞고 난해해도 세상과 소통하려는 노력”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상명대 예술디자인센터 갤러리에서 열리는 아마추어 시각
장애인 사진 전시회 ‘마음으로 보는 세상, 마음으로 보는 서울’에 출품된 사진들. 위쪽 사
진이 신세빈 씨의 ‘동대문’, 왼쪽 사진이 김경식 씨의 ‘북서울’, 오른쪽 사진이 신승엽 씨
의 ‘한강’. 사진 제공 서울시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상명대 예술디자인센터 갤러리에서 열리는 아마추어 시각 장애인 사진 전시회 ‘마음으로 보는 세상, 마음으로 보는 서울’에 출품된 사진들. 위쪽 사 진이 신세빈 씨의 ‘동대문’, 왼쪽 사진이 김경식 씨의 ‘북서울’, 오른쪽 사진이 신승엽 씨 의 ‘한강’. 사진 제공 서울시
“보이지 않지만 느낌으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옆에 있는 ‘멘터’가 내 사진에 대해 말해주고 그것이 내가 의도한 바와 맞았을 때 기쁩니다.”

1급 시각장애인 김경식 씨(50). 그가 찍은 사진은 다소 난해하다. 서울 강북구 번동 ‘북서울 꿈의 숲’에서 그가 찍은 사진에는 꽃 초점이 흐릿하게 되어 있다. 시골 논두렁을 배경으로 한 사진에는 주인공으로 보이는 사람 몸 절반이 잘렸다. 그냥 보기에 “잘못 찍은 사진이구나”라며 넘길 수도 있다. 하지만 김 씨를 비롯한 앞을 볼 수 없는 10명의 아마추어 시각장애인 사진작가는 “마음으로 찍었다”며 이 사진들을 모아 전시회를 열었다.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없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카메라에 담은 세상 풍경은 어떤 모습일까. 22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상명대 예술디자인센터 갤러리에서 열리는 이들의 사진전 ‘마음으로 보는 세상, 마음으로 보는 서울’에서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다.

이번 전시회에 참여한 10명의 시각 장애인은 평소 사진에 관심이 많은 아마추어 작가들이다. 5월 상명대 내 사진교실에서 카메라 작동법 등 ‘걸음마’부터 배웠다. 앞이 보이지 않아 사진기조차 마음대로 다룰 수 없었던 이들로서는 5, 6개월 만에 그야말로 ‘큰일’을 저지른 셈이다. 동대문, 한강, 동물원 등 서울시내 곳곳의 풍경을 60점의 사진에 담았다. 초점이 맞지 않는 사진도 많고, 뭘 나타내려는지 난해한 작품도 많다. 하지만 총기획자인 양종훈 상명대 영상미디어연구소장은 “시각장애인이 문화예술을 통해 세상과 소통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충분히 느껴진다. 앵글이 어긋난 사진. 그 한 장을 찍기 위해 땀을 뻘뻘 흘리며 도전했을 그들의 모습도 함께.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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