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일주일 앞두고… ‘폭발물’ 제조가능 방사성물질 밀반입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5일 09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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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경찰청 "사기도박 목적 밀반입 추정"..출입국 관리 '허점'

서울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앞두고 국내외에 테러비상이 걸린 가운데 테러용 폭발물인 일명 '더티밤'(dirty bomb)을 제조할 수 있는 방사성 물질을 국내로 밀반입한 베트남인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사기도박 목적으로 이 방사성 물질을 밀반입해 유통한 것으로 조사됐으나, 소지가 금지된 위험물질로 분류돼 있어 G20 정상회의(11~12일)를 일주일 앞두고 출입국 관리에 허점이 드러났다.

경기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방사성 물질 처리 및 배출 규정을 위반한 혐의(원자력법 위반 등)로 베트남인 E(33)씨를 구속하고 일당 1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5일 밝혔다.

경찰은 사기 도박꾼들 사이에서 방사성 물질이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유통경로를 추적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말께 시흥 등지 농가를 빌려 도박장을 운영한 이들을 검거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베트남인들이 방사성 물질을 밀반입해 사기도박에 이용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들은 베트남식 도박인 속칭 '쇽리아' 도박장에서 사기도박에 이용할 목적으로 소지와 사용, 보관 등이 금지된 방사성 물질(지름 3㎜, 두께 0.2㎜) 12점을 커피박스에 부착해 소지해온 혐의를 받고 있다.

압수한 방사성 물질은 베타선 방출 물질로 나무나 플라스틱은 투과하지 못하고 인체에 유해하나 극미량으로 심각한 정도는 아니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그러나 TNT 등 폭발물과 함께 폭발하면 방사능 누출에 의한 피해가 장기간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테러용 폭발물인 더티밤으로 활용될 수 있다.

E씨 등은 이 방사성 물질을 '쇽리아' 도박도구인 바둑알만한 종이 칩에 넣어 사기도박에 사용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쇽리아' 칩에서 방출되는 방사능을 사제 검측기를 이용, 방사능 유출 반응 정도에 따라 홀짝을 감지하는 방법으로 사기도박을 벌인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E씨 등에게서 베트남인들이 이 방사성 물질을 손가방에 담아 인천공항을 통해 국내로 들여오고 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유통경로와 판매책, 밀반입책 등을 수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베트남 도박장 인질강도사건(지난달 25일 검거) 수사과정에서 방사성 물질이 사기도박에 이용된다는 첩보를 입수, 현장에서 수거한 커피박스 등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 성분분석을 의뢰한 결과 소지가 금지된 방사성 물질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더티밤 = 방사성 물질과 고폭이 결합된 대량혼란무기로, 위력 자체는 크지 않지만 방사성 누출에 의한 피해가 장기간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핵 테러 폭발물로 분류된다. 미국 정부는 2002년 더티밤을 이용한 알카에다 테러 혐의자를 검거한 바 있다.

■쇽리아=
베트남식 도박으로 앞면과 뒷면의 색(흰색, 검은색)이 다른 바둑알만한 칩 4개를 탁자 위에 놓고 사발 형태의 그릇으로 덮고 나서 흔들어 칩 앞면 색의 홀짝을 맞춰 승패를 가리는 게임.

인터넷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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