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세금고지서 덕에 ‘22년만의 상봉’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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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당시 12세때 사진 실어… 60대 모친, 만삭 딸과 재회

어머니 신모 씨(62)는 22년 동안 딸 때문에 항상 가슴 한구석이 저몄다. 1988년 “이모 집에 놀러간다”며 서울 마포구 서교동 집을 혼자 나섰다 실종된 12세 딸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딸은 정신지체장애가 있었다. 신 씨는 체념하면서도 “죽기 전 한 번만이라도 얼굴을 보고 싶다”며 올해 초 서울 마포경찰서에 실종신고를 냈다.

22년 만의 실종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난감했다. 신 씨의 유전자(DNA)를 채취해 전국 실종자 DNA와 대조했으나 맞는 사례가 없었다. 경찰은 8월 지방세 납부고지서 뒤에 실종 직전에 찍은 신 씨 딸의 사진을 실었다. 기적처럼 연락이 왔다. 경기 연천경찰서로 “지인이 보살펴온 실종 여성과 비슷하다”는 신고가 들어온 것이다. 경찰은 15일 신 씨와 충남 당진에 사는 김모 씨(34·여)의 DNA가 일치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를 받았다.

어머니와 딸은 18일 양부(養父) 장모 씨(57)의 연천군 집에서 상봉했다. 딸은 임신 9개월의 임신부가 돼 있었다. 딸 김 씨는 1988년 미아가 된 후 서울 구로구의 한 미아보호소에서 지내다 1993년 다시 길을 잃었다. 장 씨는 경기 의정부 버스터미널 부근에서 길을 헤매던 김 씨를 데려다 키웠다. 경찰은 “고지서의 작은 사진이 22년 만의 상봉을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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