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불편한 곳 긁어줄 장애 보조기구 찾아드려요”

  • 동아일보

■ 대구시보조기구센터 운영

8일 오후 대구시보조기구센터에서 이창환 씨(왼쪽)가 자신에게 맞는 장애인 컴퓨터 보조기구를 찾기 위해 이진현 연구실장에게 설명을 듣고 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8일 오후 대구시보조기구센터에서 이창환 씨(왼쪽)가 자신에게 맞는 장애인 컴퓨터 보조기구를 찾기 위해 이진현 연구실장에게 설명을 듣고 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8일 오후 대구 남구 대명동 대구대 본관 1층. ‘대구시보조기구센터’ 컴퓨터접근기기실에서 이창환 씨(31)가 상담을 받고 있었다. ‘아’, ‘어’ 정도의 단어만 구사해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이 씨는 뇌병변 1급. 선천적으로 장애를 갖게 된 그는 컴퓨터 보조기구들을 일일이 살펴보고 자신과 맞는 것을 찾는 중이었다. 이 씨가 필요한 것은 비장애인과 대화를 할 수 있는 기구. 그에게는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 등 인사말을 비롯해 일반적인 감정을 담은 말들을 간단한 컴퓨터 특수키로 불러 올 수 있는 프로그램이 제공될 예정이다. 이 씨는 “인생 최대 어려움인 말을 찾게 될 것”이라며 “내 삶의 혁신”이라며 환한 미소를 보였다.

대구시보조기구센터가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정부의 ‘장애인보조기구 관리 시범사업’으로 추진되는 이곳은 장애인의 개인별 특성과 상관없이 제공되던 보조기구를 상담과 평가를 통해 ‘맞춤식’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휠체어의 경우 앉은 의자나 팔걸이 등을 체형이나 장애 정도에 따라 변형한다. 따라서 기성복처럼 획일적으로 제공되던 보조기구들의 활용도가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쓰지 않는 보조기구를 제공받아 꼭 필요한 장애인에게 전달하는 역할도 하게 된다. 장애인들은 이곳에서 시중에 나온 보조기구 40여 점을 직접 사용해 볼 수 있다. 수천만 원짜리 기구는 일정 기간 빌린 후 집에서 써보고 결정해도 된다. 내년 초까지 기구 60여 점이 더 들어올 예정이다.

대구대 대명동캠퍼스 재활공학센터를 리모델링한 대구시보조기구센터에는 상담실, 평가실, 감각보조기구실, 컴퓨터접근실, 제작실, 보조기구전시체험실 등을 갖췄다. 총 347m²(약 100평) 규모의 센터에는 재활공학사 작업치료사 사회복지사 등 4명이 장애인들에게 꼭 맞는 보조기구를 찾아준다. 접수, 상담 및 평가, 보조기구 구입, 개조, 제작 등의 서비스를 한 번에 진행한다. 제공된 보조기구가 잘 맞는지, 개선할 점은 없는지 등 사후 관리도 한다. 벌써 지역 장애인들의 상담이 잇따르고 있다. 개소한 지 일주일이 지난 8일 현재 총 40여 건의 상담 실적을 올렸다. 이진현 센터 연구실장은 “방문하기 어려운 중증장애인은 직접 직원들이 찾아가 보조기구를 제작 및 수리해준다”면서 “자기 의사를 반영한 보조기구를 사용함에 따라 활용도가 훨씬 높아지고 예산 낭비도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안국중 대구시 복지정책관은 “향후 대구지역 8개 구·군청에 보조기구 수리센터를 운영할 예정”이라며 “장애인을 위한 현장 중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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