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 교육감 “선행학습과의 전쟁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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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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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특목고 전형때 경시대회 성적 등 암시만 해도 감점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14일 “고입 및 대입 전형에서 선행학습 유발요인을 모니터링하는 등 선행학습과의 전쟁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곽 교육감은 ‘선행학습 추방 위한 1차 정책발표’ 기자간담회를 열고 “2011학년도 특목고 선발전형 때 외국어시험이나 각종 경시대회 성적을 서류나 면접에서 암시적으로 드러내면 감점하겠다”며 “과학고 신입생 선발에서도 선행학습을 요구하는 내용은 모두 배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발표는 앞으로 전개할 선행학습 추방 캠페인의 신호탄”이라면서 고입 대입에서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요인을 파악해 올해 안으로 2차 정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시교육청은 현재 서울지역 외고와 국제고 입시면접에 참여하는 입학사정관 3명 중 한 명을 파견하고 있어 이들을 통해 위반행위를 감시할 계획이다. 영재학교인 서울과학고는 2012학년도 입시부터 선행학습 유발요인을 없애는 쪽으로 전형과정을 보완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지역교육청의 영재교육원 및 영재학급 선발 과정에서 과제수행능력 평가나 심층면접을 폐지하고 교사의 ‘관찰추천’만으로 대상자를 뽑고, 내년 상반기에 실시되는 시교육청 중학생 수학과학경시대회의 출제 범위를 중3 5월까지로 제한키로 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곽 교육감의 정책보좌관인 이범 씨(41)도 참석했다. 평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이 씨가 나선 것은 사실상 이번 정책안을 직접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씨는 1997년부터 7년간 메가스터디 등에서 강의하며 한때 1년에 18억 원을 벌 정도로 유명 스타강사였다. 이후 그는 EBS와 강남구, 곰TV에서 무료 인터넷 강의를 하며 사교육을 비판하는 강연을 하거나 글을 기고하는 교육평론가로 변신했다. 곽 교육감은 “이 같은 경력의 소유자가 시교육청에 들어와 일해 주는 건 과분한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발표한 정책안을 두고 사교육 시장은 회의적이었다. 이 씨는 평소 “사교육 현장에 오래 있어서 정책에 따른 시장의 반응이 그려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사교육업체 관계자는 “이번에 발표한 특목고 입시 방안은 ‘감점’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을 뿐 교외 수상경력을 드러내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이전 방안과 다른 점이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사교육업체 관계자도 “학교에서 학생과 학부모의 수요를 맞추지 못하는 한 무조건 사교육을 잡겠다는 생각은 안일하다고 본다”며 “사교육이 좋은 건 아니지만 공부하겠다는 학생에게 벌을 주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이 씨의 경력도 다시 도마에 올랐다. 메가스터디 창립멤버로 올 초까지도 상당한 지분을 갖고 있었다. 이후 ‘무료 인터넷 강의’를 했다지만 업체로부터는 강의료를 받았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사교육에 회의가 생겨 모든 이익을 버리고 떠났다고 했지만 실상은 아니다”라며 “그런 그가 사교육을 잡겠다고 나선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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