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공단 조성때 강제로 빼앗은 땅… 국가가 원소유주들에게 돌려줘야”

동아일보 입력 2010-09-01 03:00수정 2010-09-0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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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法 확정 판결… 줄소송 예상
정부가 1960년대 ‘수출입국’을 내걸고 서울 구로구 지역에 구로수출산업공업단지(옛 구로공단) 등을 조성하면서 강제로 수용한 토지를 원래 소유주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왔다. 당시 공단과 공영주택, 구로시장 등을 만들면서 강제 수용한 토지는 68만여 m²에 달해 앞으로 땅을 되찾으려는 원소유주 및 유족들의 소송 제기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구로공단 일대의 토지 소유주였던 조모 씨(1965년 사망) 등 4명의 유족 36명이 강제 수용당한 땅을 돌려달라며 국가와 서울시를 상대로 낸 소유권 이전등기 청구소송에서 유족들에게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고 31일 밝혔다.

구로동 일원에서 농사를 짓던 조 씨 등은 1961년부터 정부가 자신들의 경작지에 구로공단 조성사업을 시작하자 “농지개혁법에 따라 1950년 국가에서 합법적으로 분배받은 땅”이라며 소송을 냈다. 이들은 토지분배 기록이 6·25전쟁 와중에 소실돼 어려움을 겪었지만 1968년 이후 대부분 승소했다.

정부는 땅을 넘겨줘야 할 상황이 되자 검찰을 동원했다. 당시 서울지검은 토지분배 관련 서류를 위조했다며 조 씨 등 주민들을 집단 연행해 경찰서와 구치소 등에 가둬 두고 “감옥에 가고 싶냐”며 소송 취하를 강요했다. 조 씨 등은 소송을 포기하겠다는 서류에 도장을 찍고 풀려났지만 소송을 포기하지 않았던 일부 주민과 이들의 재판과정에 도움을 주었던 공무원들은 재판에 넘겨져 유죄 판결까지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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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8년 7월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국가와 주민들 간의 토지 관련 민사소송에서 정부가 패소하지 않도록 가능한 조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면서 정부가 이 사건 피해자들에게 사과할 것을 권고했다. 유족들은 이후 소송 취하가 무효였다며 재판 재개를 요구했다. 서울고법은 올해 4월 “국가기관이 조 씨 등에게 토지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도록 불법구금, 폭행, 가혹행위 등을 가해 소송 취하를 강요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조 씨 등이 빼앗긴 땅 가운데 정부와 서울시가 소유주인 8300여 m²를 유족들에게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당시 조 씨처럼 토지를 강제로 빼앗긴 사람은 200여 명에 달해 앞으로 관련 소송이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들이 원하는 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조 씨 등의 유족들이 되찾은 땅은 현재 도로 등으로 쓰이고 있어 여전히 국가가 소유하고 있다. 하지만 공단 조성 당시 강제 수용된 땅은 대부분 수차례 매매과정을 거쳐 민간기업이나 개인에게 넘어가 상업시설, 아파트 용지 등으로 바뀌었다. 이처럼 민간이 소유한 땅은 토지 소유주들이 정부를 상대로 반환청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땅값에 해당하는 금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러나 소 취하가 무효라고 보고 소송 재개 형식을 취한 이번 사건과 달리 손해배상 청구 시효가 남아 있는지가 문제가 될 수 있다. 또 법원이 청구 시효가 남아 있다고 인정하더라도 배상액을 계산할 때 기준시점을 언제로 잡는가도 변수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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