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매천 황현의 애국충절을 다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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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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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국 100주기 맞아 詩173수 번역 출간-유적공원 건립등 추모 행사 잇달아

‘장군(이순신)은 나라가 있으니 외로운 배에 올랐고(將軍宥國孤舟上) 나그네(매천 황현)는 들려줄 노래가 없으니 옛 사당 앞에 섰네(行旅無歌廟前)’

이 시는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인 매천 황현 선생(1855∼1910·사진)이 1900년경 이순신 장군을 모신 경남 통영 충렬사에서 지은 것이다. 그는 이 시에서 “이순신 장군에게 후손으로서 들려줄 이야기가 없어 허망하게 사당 앞에 서 있을 뿐”이라며 서글픈 마음을 읊었다. 그는 10년 뒤 경술국치 소식을 접한 뒤 통분하며 시 네 수를 남기고 전남 구례군 광의면 자택에서 순절했다. 매천은 시 1000여 수를 남겼는데 아직 400여 수가 번역되지 않았다.

전남 구례군은 30일 매천의 시 가운데 아직 번역되지 않은 시 173수의 번역을 끝마쳤다고 밝혔다. 구례군은 매천의 순국 100주기를 맞아 다음 달 9일 시 173수가 담긴 매천시 속집 권지 4권을 발간해 배포한다. 심병탁 씨(76·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는 “최고 문장가였던 매천 선생의 시 173수를 번역하는 것 자체가 영광”이라며 “시민들이 번역된 시를 통해 매천 선생의 애국충절 사상을 배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매천이 태어난 전남 광양시에서도 선생의 순국 100주기를 맞아 다양한 행사가 진행된다. 광양시 봉강면 석사리에 황현 선생 유적공원이 만들어진다. 공원 크기는 9965m²(약 3000평)로 매천의 할아버지부터 아들까지 4대가 묻혀있다. 비석도 건립된다. 광양시는 매천이 순국한 지 정확하게 100년째 되는 다음 달 10일 유적공원에서 100주기 추모식을 열 계획이다.

구례군과 광양시는 추모식 외에 학술세미나 등 다채로운 행사도 펼친다. 구례군은 매천의 문학가적 업적을, 광양시는 역사가로서의 업적을 학술세미나를 통해 조명할 방침이다.

흩어져 있는 매천의 유물을 한곳에 전시할 기념관 건립도 추진된다. 구례군 광의면 수월리 황현 선생 사당인 매천사가 1988년 지어졌지만 유물 전시 공간이 협소해 기념관 설립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전동환 구례군 문화관광과장은 “청소년 등이 매천 선생의 우국충절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기념관 건립사업을 내년부터 본격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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