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초중고 체벌규정 ‘즉시 삭제’ 지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19일 13시 17분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19일 서울시내 고등학교 교장 300여 명에게 '체벌없는 학교 만들기' 연수 특강을 했다. 이날 특강은 "교장, 교감, 생활지도부장에게 체벌금지에 대한 철학과 변화 필요성을 직접 호소하겠다"는 곽 교육감의 제안으로 마련됐다. 곽 교육감은 특강에 앞서 일선 학교에 체벌 금지 관련 공문을 내려 보냈다.

곽 교육감은 특강에서 "9월 말까지 학교생활규정에서 체벌규정을 삭제하고 학교 특성에 맞는 체벌 대체방안을 마련해달라"며 "생활 평점제 운영, 학생자치법정 등 대체 방안을 학생, 교사, 학부모와 논의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교장 선생님들은 학교를 체벌 없는 평화로운 곳으로 변화시킬 동반자"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 시간의 특강이 끝나자 한 교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학교 현장의 목소리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체벌 금지를 발표하는 건 민주적이지 못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40여 명의 교장도 "왜 질의 응답을 받지 않냐" "현장을 너무 모른다"고 항의했다. 항의하던 교장들은 더 이상의 연수는 듣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났다.

연수장을 떠나던 정의여고 윤남훈 교장은 "오장풍 같은 폭력 교사는 문제가 있지만 훈육 차원의 사랑의 매는 필요하다"며 "모든 학교를 체벌공화국처럼 여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사립학교 교장은 "공립학교는 교육청에서 9월 말까지 대체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해도 되겠지만, 사립학교는 자율적으로 규정을 만들고 지킬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교장들의 집단 항의에 곽 교육감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곽 교육감은 연수가 끝난 뒤 기자간담회를 갖고 "체벌 금지는 이미 10년 이상 논쟁을 거듭해온 것인 만큼 더 이상 찬반 토론의 대상이 아니다"며 "오래된 관습이라 변화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시교육청은 일선 학교가 체벌 금지를 현실화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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