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개각 인사청문회 자료제출 요구 백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19일 03시 00분


황당 배우자-자녀 초중고 성적표 내라
엉뚱 감명깊게 본 영화 내용과 이유는
골탕 20년전 회비납부 기록 제출하라

“장관 내정자와 배우자 및 자녀의 초중고교, 수능성적, 대학교 성적을 제출해 달라.”

“가장 감명 깊게 본 영화의 내용과 감명 받은 이유를 요약해 보내달라.”

8·8개각에 따른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일부 국회의원이 국무총리 및 장관·청장 내정자에게 지나치게 광범위하거나 황당한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8일 동아일보의 확인에 따르면 최소한 3명 이상의 내정자가 청문회 담당 의원실로부터 온 가족의 학교시절 성적표 제출을 요구받았다. 또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는 ‘2000년 이후 진 내정자 및 배우자, 자녀의 진료 명세’를 제출하도록 요청 받았다. 이재오 특임장관 내정자에 대한 자료제출 요구 목록에는 ‘이 내정자 및 직계존비속의 건강검진 자료’가 포함돼 있다. 몇몇 내정자의 경우 6촌에 해당하는 친인척의 인적사항도 요구받았다.

한 장관 내정자 측은 “자녀의 초등학교 성적과 건강기록이 내정자의 능력이나 도덕성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제출은 하겠지만 사생활 정보를 담은 자료가 외부로 유출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가족 전체의 세금이나 각종 회비납부 기록, 출입국 기록 등을 요구하면서 ‘최근 20년’ 또는 ‘1970년 이후’ 등과 같이 찾기 힘든 과거 자료를 주문하는 경우도 있다. 한 장관 내정자는 “옛날 자료는 해당 부처에도 없다고 하고 기억도 안 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다소 엉뚱한 자료 요구도 있다. 이 특임장관 내정자의 경우 그가 감명 깊게 봤다는 영화 ‘오아시스’와 책 ‘고요한 돈강’의 주요 내용과 감명을 느낀 이유를 제출해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김태호 국무총리 내정자는 ‘정운찬 전 총리의 취임사 및 이임사’를 보내달라고 요청 받았다. 한 내정자 측 관계자는 “제출 요구 자료 가운데는 인터넷 등을 통해 누구나 쉽게 검색할 수 있는 내용도 많아 ‘이런 것까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