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 진로 관련 과목 전략적 선택→ ‘나만의 수강시간표’를 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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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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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관련 자료-교구 많은 교과전용교실 100% 활용토록
원어민-교과담당교사 상주깵 수시로 질의-상담을

‘교과교실제’를 실시하는 대구 영진고 학생들이 교과미디어센터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학생들은 그룹스터디를 하거나 영자신문을 보는 등 자율적으로 시간을 보낸다. 사진 제공 대구 영진고
‘교과교실제’를 실시하는 대구 영진고 학생들이 교과미디어센터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학생들은 그룹스터디를 하거나 영자신문을 보는 등 자율적으로 시간을 보낸다. 사진 제공 대구 영진고
■ 교과교실제 시행학교 학생들 이렇게 해봐요!

#1 대구 영진고등학교 2학년 이재민 군(17)은 대학에서 이공계열을 전공할 계획이다. 학교가 올해부터 교과교실제를 운영함에 따라 원하는 수업을 선택할 수 있었던 이 군. 지난 학기엔 과학중 물리수업을 선택했다. 비교적 자신 있는 화학은 혼자 공부하고 물리를 집중적으로 배우고 싶었다. 수강신청은 대학의 수강신청을 방불케 했다. 이 군도 원하는 교사의 수업을 듣기 위해 컴퓨터앞에 앉아 분초를 다퉈 수강신청을 했다. 쉬는 시간엔 과목별 교육자료, 책, 테이블과 의자가 구
비된 미디어센터를 찾는다. 주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시험기간엔 책을 펴고 공부를 한다. 수업 전 영어전용교실에 일찍 도착하면 교실에 비치된 영자신문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2 서울 강남의 한 중학교 3학년 박모 군(15). 박 군은 교과교실제를 실시한 후 수업시간에 자주 늦었다. 전용교실 간 거리는 멀지 않다. 하지만 전체 학생이 이동하다 보니 어수선한 분위기가 조성됐다. 박 군은 이 틈을 타 친구들과 놀다가 수업에 늦을 때가 많았다. 학기 초엔 수준별로 반을 나누기 위해 테스트를 치렀다. 비교적 자신 있던 수학에서 상, 중, 하반 중 ‘중’반에 배치된 박 군은 크게 좌절해 공부 의욕을 잃었다. 박 군의 1학기 기말고사 등수는 중간고사 때보다 5등이나 떨어졌다.
교과교실제는 학생이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교육적인 효과가 다르다. 학급을 수준별로 4, 5개 반으로 나누기 때문에 수준별 학습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는 면, 학생들 사이에 성적에 따른 위화감이 조성될 공산도 크다. 교과관련 자료를 갖춘 전용교실을 잘 활용하면 학습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교실을 찾아 이동하는 시간이 어수선해 쉬는 시간에 다음 수업 준비를 한다거나 충분히 쉴 수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최근 첫 ‘전국 교과교실제 운영교 콘테스트’ 결과를 발표하면서 내년까지 교과교실제 운영 성과를 분석한 뒤 2012년에는 운영학교를 1000곳으로 늘릴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교과교실제를 시행하는 학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시스템에 학생들은 어떻게 적응해야 할까. 교과교실제의 장점을 콕 집어 자신에게 도움이 되도록 활용하는 방법은 없을까. 교과교실제를 성공적으로 시행했다는 평가를 받은 대구 영진고, 경기 동백고, 서울 방화중의 사례를 통해 새로운 수업방식이 나에게 도움이 되도록 활용해보자.
전략적으로 ‘나만의 시간표’를 구성하라

목표 대학과 전공을 결정했다면 진로와 관련된 과목을 전략적으로 선택하라. 교과교실제의 장점은 학생이 원하는 수업, 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이를 활용해 자신이 설계한 진로에 맞춰 관련 수업을 들으면 훗날 입학사정관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경기 동백고 전현옥 교육과정 연구부장은 “일반 학교 학생들이 학교가 정한 교육과정에 따라 수업을 듣는다면 교과교실제를 시행하는 학교 학생들은 고교 3년 동안의 시간표를 스스로 짤 수 있다”면서 “담임교사나 진로담당교사와 상의해 적성과 전공을 고려한 뒤 전략적으로 수강신청을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교과교실제를 시행하면서 고급물리, 고급생명과학, 영어 청해, 영어문법, 고급수학 등 전문교과를 개설한 학교도 있다. 학생이 원한다면 외국어고나 과학고처럼 대학 수준의 교과도 고등학교에서 배울 수 있다는 얘기다.

중하위권 학생이라면 수업 선택에 신중을 더해야 한다. 교과교실제를 시행하는 학교라도 국어, 영어, 수학 등 주요 과목은 학교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평가에 따라 반을 배치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학생의 선택을 비교적 존중하는 편. 서울의 한 고등학교 2학년 A 군은 △최상 △상 △중 △하로 구성된 수학수업에서 ‘중’반에 배치됐다. A 군의 성적은 30명 중 15등. 평소 수학을 좋아했던 A 군은 ‘상’반에서 공부하고 싶어 교사에게 면담을 신청했다. 면담 끝에 “다른 친구들의 배로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반을 이동했다. 그는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 다른 친구들보다 열심히 수업 준비를 했다. 그의 성적은 학기말 ‘상’반 수준으로 올랐다.

대구 영진고 전호진 연구부장은 “수준별 학급 편성의 경계선에 있는 학생들은 자신의 학습방법이나 태도를 판단해 수업을 결정하는 것이 좋다”면서 “적극적이고 활동적이라면 자신의 수준보다 높은 반을, 소극적이라면 낮은 수준의 반에서 기초를 다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전용교실…동아리활동, 미디어센터…그룹 스터디 장소로!

교과교실제를 도입하면서 대부분의 학교는 예산을 투입해 전용교실과 미디어센터를 갖췄다. 각종 교육자료와 컴퓨터 등을 비치하고 교과 특성에 맞춰 꾸민 만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쓰임이 달라진다.

대구 영진고가 실시한 교과교실제 관련 설문조사에 따르면 ‘식사 전후 남는 시간을 어디에서 보내는가’라는 질문에 49%(521명)의 학생이 ‘교과교실’을 꼽았고 미디어센터(20%), 운동장(15%)이 뒤를 이었다. 전용교실과 미디어센터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만큼 시설과 환경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대구 영진고의 국어 전용교실 ‘다매체 언어실’에는 무대공간이 마련돼 있다. 희곡, 시나리오, 가면극, 시 암송 등 수업을 할 수 있다. ‘노는 토요일’(학교 휴업일)엔 이 공간을 학생들이 활용한다. 학교 시문학 동아리 ‘청죽’과 토론동아리 ‘활어회’ 학생들은 전용교실에서 모임을 갖고 토론회나 시낭송회를 진행한다.

전용교실의 교과 관련 자료와 신문, 잡지, 과학실험도구 등도 잘 활용하자. 서울 방화중 이경현 교무부장은 “전용교실엔 일반교실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수업자료가 많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진로와 관련된 자료를 쉽게 접할 수 있다”면서 “이뿐 아니라 교무실이 아닌 전용교실에 상주하는 교과 담당교사, 원어민 교사와 질의응답, 진로상담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룹 스터디도 추천할 만하다. 블록타임제(한 과목 시간을 두 시간으로 늘려 수업하는 것) 수업 후 15분간의 쉬는 시간이나 일주일에 한두 시간 발생하는 공강 시간을 활용해 과목별로 다른 수준별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모여 스터디를 하는 것. 수업에 따라 교사가 다르기 때문에 강조하는 핵심 포인트가 다를 수 있다. 이 시간과 장소를 활용해 수업시간에 강조된 부분이나 수업 프린트를 공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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