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 인터뷰/학부선진화 선도대학 선정 서울여자대학교 이광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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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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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전문성+인성+봉사… ‘플러스형 인재’를 키웁니다”

공동체 생활 경험→ 인성 닦는 ‘바롬교육’, 개교 이래 전통
선후배 교수 간 ‘교수법 멘터링’… 강의질 크게 높아져
1학년부터 진로맞춤지도… ‘교육품질개선시스템’ 곧 도입

인터뷰=홍성철 동아이지에듀 대표


《“지난 50년 동안 바른 교육을 실천해왔습니다. 최근 우리 대학의 ‘학부교육 선진화 선도대학’ 선정은 그동안의 노력이 거둔 결실입니다. 앞으로 50년은 명품 교육이 목표입니다.”
서울여대 이광자 총장은 13일 집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10년 임기 동안 추진한 업무 가운데 이번 선정 결과에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2001년부터 서울여대를 이끌고 있는 이 총장은 이 대학 1회 졸업생(1965년 졸업)이다. 서울여대는 내년에 개교 50주년을 맞는다.》

‘학부교육 선진화 선도대학’ 지원사업은 교육과학기술부가 대학이 학생들을 잘 뽑는 것뿐만 아니라 ‘잘 가르치는 것’에도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기 위해 마련한 것. △강의평가제 △학부교육 특화 △취업교육 특성화 등이 주요 평가요소로 지난달 9일 최종 11개 대학이 선정됐다. 이들 대학은 앞으로 4년간 120억 원을 각각 지원받는다.

이 총장은 “개교 이래 공동체 중심의 교육을 실시해온 점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바롬○R(등록기호) 인성교육’. 바롬은 ‘바르다’는 뜻으로 이 대학의 설립자이자 초대 학장인 여성교육운동가 고(故) 고황경 박사의 호(號)이기도 하다.

그동안 바롬교육은 사회적 변화 흐름에 맞춰 꾸준히 진화해 왔다. 초창기에는 전 학년이 모두 기숙사 생활을 했다. 현재는 모든 학생이 1학년 때 3주간, 3학년 때 2주간 공동체 생활을 통해 바롬교육에 참여한다. 2학년은 합숙 생활 대신 학기 중 수업으로 대체한다.

이 총장은 “대부분 학생이 바롬교육에 만족감을 표시한다”면서 “학생들이 공동체 생활을 통해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 같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 대학 졸업생이 사회에서 잘 적응한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라고 했다.

기숙형 영어교육 프로그램인 ‘스웰(SWELL)’도 서울여대만의 독특한 제도다. 스웰은 학기 중에는 매주 14시간씩 12주, 방학 중에는 40일간 합숙하면서 영어로만 말하고 배우는 강도 높은 교육 프로그램이다. 이 총장은 “방학에 운영되는 프로그램은 다른 대학의 학생은 물론 일반인까지 참여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면서 “매년 4분의 1 정도의 남학생이 참여하는데 반응이 매우 좋다”고 했다.

서울여대 이광자 총장은 최근 ‘학부교육 선진화 선도대학’으로 선정된 비결에 대해 ‘공동체 기반의 인성교육과 영어 교육’을 꼽았다. 이 총장은 내년 개교 50주년을 맞아 학부교육을 더욱 확대,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서울여대 이광자 총장은 최근 ‘학부교육 선진화 선도대학’으로 선정된 비결에 대해 ‘공동체 기반의 인성교육과 영어 교육’을 꼽았다. 이 총장은 내년 개교 50주년을 맞아 학부교육을 더욱 확대,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이 총장은 오래전부터 ‘글로컬(글로벌과 로컬의 합성어)’을 강조해왔다. 국제화를 하면서도 우리의 귀중한 유산과 가치관을 살리는 게 바른 태도라고 보기 때문. ‘바롬 국제프로그램(BIP·Bahrom International Program)’은 그의 생각이 녹아있는 대표적 프로그램이다.

BIP는 방학 4주간 미국 캐나다 영국 러시아 등 외국 협력 대학 학생 및 교수가 외국에 교환학생으로 갈 예정인 서울여대 재학생들과 교내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하며 공부하는 한국학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우리나라의 역사, 사상, 예술, 언어 등에 관한 12개 강의를 듣고 경북 경주와 안동 하회마을 등 유적지를 탐방한다. BIP 역시 공동체 기반 교육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아 왔다. 아시아권 국가와는 BSA(Bahrom Summer Abroad)를 진행한다.

서울여대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교수·학습연구원(ITL·Institute for Teaching & Learning)이다. ITL을 주축으로 잘 가르치고 잘 배울 수 있는 환경을 일찍부터 탄탄히 다져 왔던 것. 서울여대는 ITL의 전신인 교수학습지원실을 2004년 설립했다. 이후 선배교수와 후배교수가 각각 멘터와 멘티가 되어 서로 조언해주는 ‘교수 멘터링 제도’가 도입됐다. 교수들이 4, 5명으로 팀을 이뤄 각각 효과를 본 교수법을 공유하고, 새로운 교수법을 개발하는 ‘교수법연구회’도 만들어졌다. 학생에게는 ‘무엇을 듣고 질문할 것인가’ ‘노트필기, 이렇게 한다’ 등의 방법을 제공해 수업 참여 효과를 높였다.

서울여대에는 바롬교육 같은 생활공동체, 교수공동체 외에도 학습공동체, 사제(師弟) 공동체 등 총 10개의 공동체가 있다. 한 학생이 최소 7, 8개의 공동체에서 활동한다. 매년 300∼400개의 스터디그룹이 결성되고, 150여 개의 사제 동행 모임이 활동한다. 학교는 공동체 활동을 열심히 하는 학생에게 마일리지를 주고 일정 기준을 넘기면 장학금을 지급하는 식으로 동기를 부여한다.

이 총장은 “이번에 선도대학으로 선정된 대학들이 서로 협력해 학부교육 모델을 더욱 발전시켜 전국 대학으로 확산해 나가야 할 것”이라는 의견도 피력했다.

“궁극적으로 플러스형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우리 학교의 철학입니다. 플러스형 인재란 창의적 전문성, 바른 인성과 교양, 봉사와 실천 등의 역량을 갖추고 남에게 도움을 주는 인재를 의미합니다. 이는 초대 학장인 고황경 박사가 강조한 ‘3H’, 곧 지혜(Head), 마음(Heart), 실천(Hand)과 일맥상통하죠.”

이런 일환으로 서울여대는 2005년부터 봉사-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강의실 안에서 배운 지식을 강의실 밖의 사회에 나가 실천하는 프로그램이다. 또한 ‘SWCD아카데미’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취업 현장학습을 지원한다. 이는 방학 때 교내에서 기업이 요구하는 지식과 직업의식 등에 대해 교육한 뒤 국내 기업에서 실습하는 인턴십 프로그램이다.

이 총장은 “플러스형 인재를 양성하고 학부교육의 질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지속적인 교육품질개선 시스템(CQI+ )’도 국내 대학 중 처음 도입할 예정”이라고 했다. CQI+ 는 대학 1학년 때부터 학생 개개인마다 자신이 정한 진로에 따라 체계적인 전공교육을 밟아나가도록 관리,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학생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실행한 결과를 학기가 끝날 때마다 학교가 평가하고 보완하는 방법을 제시해준다. 인성교육의 성과를 측정하는 항목도 포함될 예정이다.

이 총장은 “CQI+ 는 학생을 평가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미래 설계를 도와주는 시스템이 될 것”이라고 했다. CQI+ 는 교수의 질을 관리하는 데도 이용된다.

“2011년 개교 50주년을 맞아 ‘교육중심 대학’으로 가겠다는 목표를 확실히 세우고 구현해 나가고자 합니다. 전문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5개 전공 특성화 분야를 실행하고 학문의 융·복합에 대비해 다양한 전공을 신설할 계획입니다. 지난해에 에코(친환경) 캠퍼스를 선포한 것도 학문의 융·복합에 대비한 조치입니다. 공동체교육과 영어교육을 결합한 ‘바롬스웰 인성교육’ 프로그램도 개발 중에 있습니다.”

이 총장은 “우리 사회를 뒷받침할 내외적으로 단단한 여성을 키워내는 데 서울여대가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리=박은정 기자 ej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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