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피살 여대생 ‘소개팅 악연’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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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 “고교때 알고 지내… 우연히 다시 만나 범행”
경찰 초기 부실수사 논란
납치 차량 발견하고 놓쳐

여대생 납치 살해 사건을 수사하는 대구 성서경찰서는 25일 김모 씨(25)에 대해 강도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 씨는 23일 0시경 대구 수성구 범물동 여대생 이모 씨(26)의 집 인근에서 우연히 만난 이 씨를 납치한 뒤 당일 오후 10시경 88고속도로를 지나던 중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씨의 시신은 24일 오후 11시 20분경 88고속도로 거창 톨게이트 인근 배수로에서 발견됐다.

김 씨는 또 이 씨의 부모에게 몸값 6000만 원을 요구하는 협박전화를 9차례 건 뒤 입금된 290만 원 가운데 255만 원을 인출해 빼돌렸다. 김 씨는 경찰에서 “고교 때 알고 지내던 이 씨를 우연히 만나 개인 빚 5500만 원을 갚기 위해 납치했다”며 “이 씨가 내 얼굴을 알고 있어 살해할 수밖에 없었다”고 진술했다. 둘은 고교 때 소개팅을 했던 사이로 이 때문에 이 씨가 김 씨의 차에 동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홀로 도로변에서 술을 마시던 이 씨를 발견하자 “함께 차를 타고 바람이나 쐬자”며 접근했다.

한편 경찰은 납치 당일인 23일 오후 7시 20분경 대구 달서구 월암동에서 김 씨의 차량이 정차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접근했으나 김 씨가 중앙선을 넘어 반대편으로 도주하는 바람에 놓쳐 당시 검거했으면 이 씨를 구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또 이 씨의 가족은 경찰이 수사상 편의를 위해 김 씨에게 송금한 돈의 지급정지를 요청해 김 씨가 낌새를 알아차리고 이 씨를 살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대구=최성진 기자 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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