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수정부결 이후] 친이 “100명 서명 예상” 친박 “본회의 참석해 반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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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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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김무성 원내대표(왼쪽 사진 왼쪽)가 이병석 의원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지원 원내대표(오른쪽 사진 오른쪽)가 발언하고 있다. 옆은 정세균 대표. 김경제 기자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김무성 원내대표(왼쪽 사진 왼쪽)가 이병석 의원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지원 원내대표(오른쪽 사진 오른쪽)가 발언하고 있다. 옆은 정세균 대표. 김경제 기자
친이 ‘본회의 부의’ 가속도
“국민여론 찬성비율 높아”
‘밀어붙이기’ 역풍 우려도

친박 “피할 이유 없다”

“친이 서명작업은 오기정치…당당히 참여 부결시킬 것”

민주, 문단속 모드로
의원들에 해외출장 금지령
“부의 강행땐 의사일정 거부


한나라당 친이(친이명박)계 의원들이 23일 세종시 수정법안을 국회 본회의에 부의하기 위한 서명 작업을 시작하며 국회법 87조에 따른 본회의 부의에 필요한 최소 인원(30명)을 이날 바로 확보하면서 정치권에 또다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친이계가 서명 작업에 나선 것은 야당과 한나라당 친박(친박근혜)계를 압박하기 위해 ‘세’를 과시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그러나 야당과 한나라당 친박계는 ‘오기정치’라며 반발하고 있어 본회의 상정을 위한 의사일정 협의에 난항이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친이계 내부는 물론이고 세종시 수정안 반대에 ‘찰떡공조’한 민주당-친박-자유선진당의 연대 전선에도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친이 “국회법에 따른 절차”

지난해 세종시 원안 백지화를 담은 세종시법 개정안을 제출했던 임동규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국회법에 상임위 부결 법안에 대한 본회의 부의 절차가 보장돼 있는 만큼 그에 따라 수정안을 처리하면 된다”고 말했다. 서명에 참여한 진수희 의원은 “국민여론으로 봐도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찬성비율이 반대보다 더 높다”며 “이런 상황에서 수정안에 찬성하는 국민에 대한 마지막 도리로 본회의 표결 절차를 밟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친이계 일부와 중립 성향 의원들 사이에서는 본회의 부의 드라이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없지 않다. 야당과 친박계가 반대하면 본회의 부결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에서 무리한 표결 시도가 당내 계파 및 여야 갈등만 증폭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6·2지방선거 이후 모처럼 한목소리를 낸 계파 화합의 의지도 퇴색할 수 있다는 점도 감안됐다. 범친이계로 개혁성향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21을 이끄는 권영진 의원은 “상임위의 결정을 존중하는 것이 ‘민심을 수렴해서 국회에서 세종시 수정안을 처리해 달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뜻에 맞는 것이다”라며 본회의 부의 방침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김무성 원내대표가 이날 고위당정회의에서 정운찬 국무총리를 겨냥해 “정부가 세종시의 국회 처리 문제에 대해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한 것도 이 같은 역풍 가능성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친박, ‘오기정치’ 비판하면서도…

친박계는 친이계의 서명작업을 “오기정치”라고 비판하면서도 세종시 수정법안의 본회의 상정 단계에 크게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분위기다. 불만은 있지만 국회법상 하자가 없는 만큼 문제 삼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 대목에서 야당이 친이계의 본회의 부의 방침을 강력 성토하는 기류와 확연히 온도차가 느껴진다.

그 대신 친박계 의원들은 세종시 수정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될 경우 표결에 임해 당당히 부결시킨다는 계산이다. 표결에 들어갈 경우 야당과 공조하면 충분히 부결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친박 진영도 수도권 집중 완화와 지역균형발전,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원안을 지지했던 만큼 친이계가 주장하는 ‘역사적 기록’에 남기는 것을 피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사견임을 전제로 “본회의에서 논의하든 안 하든 절차에 따라 하는 것에 대해서는 개의치 않는다”며 “표결 절차에는 당연히 참여해서 당당하게 반대 의사를 밝히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에게 해외출장 금지령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세종시 수정법안의 국토해양위 부결은 한나라당이 자책골을 넣은 것”이라며 “이를 본회의에 다시 부의하겠다는 것은 몰수패 당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본회의에 세종시 수정안을 부의하려 할 경우 모든 국회 의사일정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한나라당이 본회의 부의를 강행할 경우를 대비해 해외출장 금지령을 내린 상태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후 대응전략은 상황을 더 지켜보며 결정하기로 했다. 섣불리 물리적 저지를 외치며 운신의 폭을 좁힐 필요가 없다는 정치적 계산도 깔려 있다. 한나라당 친이-친박계의 갈등 양상에 따라 상황이 바뀔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는 후문이다.

한편 선진당 이회창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만일 여당이 본회의 표결까지 몰고 간다면 이 정권의 정치적 자살이 될 것”이라면서도 “본회의 표결로 가더라도 한나라당 내 친박세력과 민주당, 선진당이 공조하면 부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독자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의석수가 없는 선진당은 민주당과 한나라당 친박계의 향후 움직임을 지켜보며 대응전략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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