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암살조’ 삼엄한 경비속 첫 공판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16일 14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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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의 직업이 무엇입니까?"

"…"

"정찰총국 공작원이 맞습니까?"

"…예."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를 살해하라는 지령을 받고 위장 탈북한 혐의(국가보안법위반 등)로 구속 기소된 북한 공작원 김명호, 동명관 씨에 대한 첫 공판이 16일 열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조한창) 심리로 진행된 이날 공판에서 김 씨와 동 씨는 황 전 비서를 살해하려 남파됐다는 검찰의 주요 공소 사실을 순순히 인정했다.

베이지색 수의를 입은 차림으로 처음 공개된 자리에 모습을 나타낸 두 사람은 약 175㎝의 키에 마른 체구였다. 두 사람은 공판이 시작되기 전 빈 자리 없이 가득 찬 방청석을 보고 다소 당황하고 긴장된 표정이었다. 공판 과정에서도 잔뜩 긴장한 탓인지 시종일관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김 씨는 거주지를 묻자 신분 노출을 우려한 듯 알아듣기 어려울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고, 동 씨는 직업을 묻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있다가 재판부가 "정찰총국 공작원으로 기재된 것이 맞느냐"고 재차 질문한 뒤에야 수긍하는 등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이날 공판은 이례적으로 삼엄한 경비 속에서 진행됐다. 검찰은 "피고인이 가족을 북한에 두고 오는 등 신변 노출을 걱정하고 있다. 돌발 상황으로 피고인이 마음의 상처를 입을 수 있다"며 공판을 공개하지 말아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사전 검색과 신원 확인절차를 거쳐 기자들과 관계기관 공무원에 한해 방청석 좌석 수대로 34명으로 방청객 수를 제한했다.

법정 밖에는 100여명의 경찰이 배치돼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고, 무술 교도관을 포함한 교도관 7명이 이중으로 수갑을 채워 김 씨 등을 밀착 호송했다. 법정 좌석 뒷줄에는 국가정보원 수사관 2, 3명과 사복경찰관 4, 5명, 교도관 등이 앉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에게 "불편하지 않으냐"고 물은 뒤 수갑 하나는 풀어주도록 했다.

이날 오전 11시에 시작된 공판은 두 사람이 공소사실을 모두 시인함에 따라 30분 만에 끝났다. 재판부는 이달 23일 한 차례 더 공판을 열고 증거조사와 피고인 직접신문 등 남은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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