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현충원 시민 발길 늘었다

  • 동아일보

‘천안함’ 이후… 지난달 26만명 방문
작년보다 6만6000여명 많아

호국영령 묘비 정돈  4일 서울 동작구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은 시민들이 호국영령의 묘비 주변을 정돈하며 참배하고 있다. 서울현충원 측은 “천안함 폭침사건 후 현충원 방문객이 지난해보다 늘었다”고 밝혔다. 이훈구 기자
호국영령 묘비 정돈 4일 서울 동작구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은 시민들이 호국영령의 묘비 주변을 정돈하며 참배하고 있다. 서울현충원 측은 “천안함 폭침사건 후 현충원 방문객이 지난해보다 늘었다”고 밝혔다. 이훈구 기자
“엄마, 현충원이 뭐하는 곳이에요?” 4일 오후 미국 텍사스 주에 사는 김경민 씨(37)가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9)을 데리고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았다. “미국 워싱턴에 있는 알링턴 국립묘지 같은 곳이야. 나라를 위해 희생한 분들이 묻혀 있는 곳이지.” 미국에서 초등학교를 다녀 미국의 역대 대통령을 줄줄 꿰는 아이가 신기한 듯 이승만, 박정희,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을 둘러봤다. 김 씨는 “알링턴 국립묘지는 유명한 관광코스일 정도로 많은 사람이 찾는다”며 “우리에게도 많은 사람의 희생을 통해 일어선 역사가 있다는 것을 가르칠 수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천안함 폭침사건 이후 서울현충원을 찾는 시민들의 발길이 늘었다. 현충일을 이틀 앞둔 4일에도 참배를 하러 온 유가족뿐만 아니라 가족 나들이를 온 방문객이 종종 눈에 띄었다. 지난해 5월 19만5687명이 찾은 데 비해 올해 5월에는 6만6000여 명이 많은 26만2104명이 다녀갔다. 3월 26일 일어난 천안함 폭침사건으로 올해 4월 12∼17일 열 예정이었던 ‘수양벚꽃과 함께하는 열린 현충원 행사’가 취소돼 4월 방문객은 줄었지만, 천안함이 인양되고 희생자들을 기려야 한다는 데 시민들이 공감하면서 5월 방문객이 크게 늘어난 것. 서울현충원 관계자는 “천안함 폭침사건 등으로 최근 국가 안보와 보훈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아져 현충원을 많이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천안함 46용사가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된 것도 한몫했다. 학부모들은 현충원을 역사교육의 현장 삼아 자녀들을 데리고 찾아오고 있다. 학부모 장용준 씨(45)는 “중학교 1학년인 자녀가 텔레비전 뉴스를 보고 천안함 46용사가 현충원에 묻혔다는데 가서 참배를 하고 싶다며 졸라 현충일을 앞두고 가까운 서울현충원에 대신 오게 됐다”고 말했다. 나들이 삼아 현충원을 찾는 이들도 있다. 6세, 4세 된 두 아이의 엄마 백윤미 씨(31)는 날씨가 좋을 때면 아이들을 데리고 서울현충원 연못가에 온다. 돗자리 위에는 점심 도시락이며 간식거리가 차려졌다. 백 씨는 “집과 가까운 데다 조용하고 무료로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백 씨는 “처음엔 묘역이라 꺼림칙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며 “최근 아이들이 유치원에서 이곳으로 견학을 다녀온 뒤 먼저 조르기도 해 교육공간이자 공원이라 생각하고 자주 찾게 됐다”고 말했다.

현충원도 일반인에게 친숙한 ‘열린 현충원’으로 만들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현충원 관계자는 “나라사랑 정신이 특별한 이들을 모신 곳인 만큼 청소년과 어린이들에게 호국보훈을 가르치는 생생한 교육현장으로 삼을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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