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경찰, 기표 투표지 ‘인증샷’ 누리꾼 입건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4일 11시 29분



특정후보에게 기표한 투표지를 촬영한 '인증샷'(구체적인 행위를 증명하는 사진)을 인터넷에 올린 30대 누리꾼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기표소 안에서 자신의 투표지를 디지털카메라로 몰래 촬영한 뒤 그 사진을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신모 씨(36·무직)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신 씨는 지방선거일인 2일 오전 10시경 경기 과천시의 한 투표소에서 자신이 기표한 도지사와 도교육감, 비례대표 투표지 등을 촬영하고 1시간 뒤 디지털카메라 동호회 게시판에 올린 혐의다. 신 씨는 '투표하고 왔어요, 인증샷[有]'라는 제목으로 "김상곤, 희망을 걸어봅니다"라는 내용의 글과 사진 2장을 올렸다. 경찰 조사에서 신 씨는 "다른 사람들이 선거 인증샷을 많이 올려서 투표지 촬영이 불법인 줄 몰랐다"고 주장했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누구든지 기표소 안에서 투표지를 촬영해서는 안 된다. 이를 위반하면 2년 이하 징역이나 4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과거 선거 때 기표소 안에서 사진을 찍다 현장에서 적발된 사례가 있었지만 기표가 끝난 투표지 사진을 인터넷에 공개했다가 적발된 것은 신 씨가 처음이다. 이번 6·2 지방선거의 경우 트위터 등을 이용한 인증샷이 유행했지만 투표소 밖에서 찍거나 빈 투표용지를 촬영한 사진이 대부분이었다.

경찰은 신 씨가 자신이 기표한 특정정당이나 후보 측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확인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기표가 된 투표용지를 촬영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며 "카메라를 미리 준비하고 촬영한 사진을 회원이 100만 명이나 되는 동호회 사이트에 올린 것은 선거에 영향을 줄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여 처벌키로 했다"고 말했다.

수원=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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